영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18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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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핀란드의 대표적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39)의 『레닌그라드카우보이 미국에 가다』(Leningrad Cowboys Go America)가 18일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동숭시네마텍에서 개봉된다.
연주솜씨가 형편없는 밴드가 황량한 툰드라지대에서 미국의 음악도시로,또 멕시코로 연주여행을 다니는 이야기를 그린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는 카우리스마키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89년도 작품.그해 베를린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서 초청상영돼 호평받은 코미디영화다.
딱따구리 모양의 헤어스타일과 뾰족한 구두,표정없는 얼굴의 밴드멤버들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현대사회에서 좌충우돌하는 해프닝들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웃음 속에 도시의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저예산영화를 고집하는 카우리스마키감독은 『천국보다 낯선』의 미국감독 짐 자무시와 절친해 마치 자무시의 작품세계를 코미디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자무시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에 중고차판매상으로 우정출연했다. 괴상한 차림으로 북구의 민요를 연주하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밴드는 흥행업자로부터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미국에나건너가보라는 말을 듣고 아메리칸 드림의 장도에 오른다.
중고차를 한 대 구입해 멤피스.뉴올리언스등 음악도시를 여행하며 로큰롤.컨트리음악.하드록등을 배우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은 멕시코로 가라는 제안을 받고 다시 멕시코로 향하고 몇년 후 멕시코 가요 톱 텐에오른다는 이야기다.
현대사회에는 초연한 듯한 멤버들의 분위기와 행동은 현실을 비웃는 듯한 카우리스마키감독의 냉소적인 유머를 느끼게 한다.
83년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각색한 『죄와 벌』로 데뷔한 카우리스마키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오징어 노동조합』등 우스꽝스런 모험이야기를 담은 독창적인 코미디로 명성을 얻었다.
유럽영화계의 차세대주자로 손꼽히는 그는 잉그마르 베리만 이후가장 주목받는 스칸디나비아 영화작가로 베리만이 사용하던 낡은 35㎜카메라를 사용한다.
핀란드의 실제 록그룹 슬리피 슬리퍼즈가 주연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에는 슬라브족의 민속음악에서부터 로큰롤.컨트리.블루스.하드록.라틴음악등 다양한 음악이 흐른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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