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설 소위원회, 국회 전문성 높일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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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에 상설 소위원회를 두기로 한 여야 합의를 환영한다. 19일 국회 원 구성을 위한 교섭단체 합의문 마지막 항목은 ‘상시 국회 체제 도입 및 국회 운영 활성화를 위한 상임위 상설 소위원회 제도를 분야별로 전면 도입한다’고 명시했다.

우리나라 국회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래의 기능에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처럼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국회 공전, 막상 문을 열고서는 싸우느라 본업을 팽개치는 파행을 거듭해 왔다. 상설 소위원회 제도는 제대로 운영될 경우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개혁안이다.

국회는 이미 10년 전 상설 소위원회(소위)를 둘 수 있도록 국회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돼 온 소위는 예산결산·법안·청원의 세 경우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관련 법안을 오랜 시간을 두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설 소위는 없었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에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경우 상설 소위가 열리면 국회에 출석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에 싫어한다.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의 경우 소위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소위는 본회의나 상임위 전체회의보다 훨씬 깊이있는 심의를 할 수 있다.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같은 경우 의원들이 총리나 장관을 불러놓고 장황하게 훈계하는 연설대회에 불과하다. 상임위 역시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차례대로 발언 기회를 얻어 장·차관에게 호통치기 바쁘다. 그러나 소위는 그 분야에 전문성 있는 소수 의원들이 수시로 모여 한 가지 이슈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소위가 활성화될 경우 국회 문은 늘 열려있게 마련이라 공전은 저절로 없어진다.

문제는 소위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의원들의 자질이다. 의원 스스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위세용으로 장·차관을 불러대는 대신 실무 국·과장을 불러 심층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임위원장과 소위위원장이 권력을 다투거나 정파 이익을 챙기느라 심의가 지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위원장 자리를 나눠먹기 위해 소위를 양산해서도 안 된다. 좋은 제도인 만큼 운영에도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