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기업, 지나치게 겸손한 게 흠…박지성처럼 클 수 있다는 자신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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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침체로 국내 벤처업계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 벤처 투자(4374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나 감소했을 정도로 위축됐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벤처 교사’라 불리는 존 네샤임(65·사진) 미국 코넬대 교수는 “불황기야말로 벤처 창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기존 업체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쉽고, 경쟁력 있는 신규 아이템에 집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창업 컨설팅사 ‘네샤임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20년간 300여 개 벤처에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벤처창업 A to Z』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소개됐다. 자신이 투자를 주도한 한국벤처기업 ‘누리엔소프트웨어’의 경영 자문차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될성부른 벤처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도, 둘째도 사람이다. 사업 아이템은 오히려 그 다음 문제다. 아이디어란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리더십과 기술력이 있는 핵심 인재가 필요한 이유다.”

-우수한 벤처기업가의 조건은.

“성격은 아무 상관이 없다. ‘벤처의 룰’을 이해하면 된다. 창업은 마라톤처럼 길고 고된 과정이다.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또 뭐든 혼자 다 하려 하고 성과도 독식하려는 사람은 창업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품위(elegance)를 앞세우는 사람도 리더십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재미를 최고로 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제격이다.”

-한국 벤처기업의 약점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투자 유치 방식이나 프레젠테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또 지나치게 겸손하다. 축구선수 박지성처럼 ‘프리미어급’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회계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한국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의 투자자들이 먼저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세계적 벤처캐피털과 제휴해 이들이 한국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망과 인맥을 갖춘 벤처캐피털과 손을 잡아야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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