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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脈으로본美한반도정책>1.정책조율과 결정은 백악관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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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사람을 알면 정책이 보인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결정에는 수많은 부서와 인물들이 관여하고 있다.북.미 관계가 진전되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악화될수록 미국내 관계 부서.인물은 더욱 늘어난다.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은 과연 누구고 그들에 의해 대 한반도 정책은어떻게 결정되는지를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註] 94년 6월17일 대(對)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미 행정부내 고위 관리들이 백악관에 한데 모여 CNN-TV를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TV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었다.당시 평양을 방문한 카터가 김일성(金日成)과의 면담 결과를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내용이었다.
이날 자리를 같이 한 인사들은 앨 고어 부통령,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앤서니 레이크 안보보좌관,존샬리카슈빌리 합참의장,로버트 갈루치 핵대사,매들렌 올브라이트 유엔대사,앨런 롬버그 국무부 정책기획실 부실장 등.미 행정부안에서 대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고위급 관계자들은 거의 모두 모인 것이다.
이 모임 직후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 문제에 정통한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초청을 받은 사람들은 로버트 스칼라피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현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미키 캔터 전 국무부 차관(현 상무장관 지명자),리처드 솔로몬 전 동아태차관보,리처 드 앨런 레이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샐리그 해리슨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등 10여명이었다.
카터 방북과 이날 간담회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의 계기가 됐다.그 이후 클린턴은 한반도 관련 중요문제 때마다 곧바로 전문가들 모임을 열었고 그들의 의견.제언은 곧잘 반영됐다.
학계.연구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전.현직 고위관리가 포함된 이들 전문가 집단은 보신주의에 빠지기 쉬운 관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자주 착안한다.또 여론조성에 적잖은 영향력을발휘,결국 대통령의 정책결정 및 추진에 있어 중 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 집단은 미 정부가 지난 1월말 호놀룰루에서 한.
일측과 만나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도 상당한 입김을 불어 넣었다.또 2월초 레이크 보좌관이 방한하기 직전 발표된 대북 2백만달러 식량지원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최근에는 핵문제 외에 북한 경제난 등 다양한 대북 문제들이 대두됨에따라 미 행정부내의 더 많은 부서들이 정책결정에 간여하고 있다.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의 핵 동결과 사용후 핵물질 처리 문제에는 국무부와 에너지부가 간여하고 있고,대북 경제제재 완화 문제는 상무부와 재무부가 맡고 있다.
물론 이들 부처간 입장을 조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쪽은 백악관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국가안보 정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국가안보위원회(NSC) 의견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NSC 의장이다.NSC에는 부통령과 국무.국방.재무장관,CIA국장,합참의장,주유엔대사,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등이참석한다.NSC 사무국장은 안보담당 보좌관이 맡는데 레이크 보좌관은 70년대 미국 외교정책 관련 부서에서 가 장 자유주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관리였지만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을 강력 비난했다.
NSC에서 동아태지역 실무를 총괄하는 사람은 샌디 크리스토프선임보좌관.
무역대표부(USTR)에서 뼈가 굵은 그녀는 클린턴 행정부 초기 2년동안 NSC에서 동아태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했다.그녀는 지난 한햇동안 아태경제협력체(APEC)담당대사를 지내다 올해초다시 NSC로 자리를 옮겼다.
크리스토프의 전임자는 스탠리 로스.그는 과거 미 하원 외교위동아태 소위원장이었던 민주당출신 스티븐 솔라즈 전의원의 보좌관및 소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으로 14년간 일했다.
솔라즈 의원의 방북과 김일성 면담때 동행한 적도 있고,솔라즈의원 낙선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로 발탁됐다가 다시 NSC로 옮겨 1년 남짓 일했다.북한 핵위기 때 많은 고생을 한 그는 올해초 평화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크리스토프 밑에서는 지난 2월 레이크 보좌관 방한 때 동행한바 있는 로버트 수틴저가 대북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외교정책이국내정치와 무관치 않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선거 해를 맞아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그것은 북한 핵동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되 북한 문제가 더이상대통령의 골칫거리로 대두되지 않도록 차단하라는 것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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