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보호복 빨간색 입으면 점수 더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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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경기에서 빨간색 보호복을 입은 선수가 파란색 보호복를 입은 선수보다 점수를 더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스터대 노베르트 하게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태권도 심판 42명을 대상으로 태권도 경기를 보여준 뒤 누가 더 잘했는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선수들의 보호복에 장착된 센서와 전자감응장치를 이용해 나온 점수와 심판들이 매긴 점수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심판들은 빨간색 보호복을 입은 선수에게 13%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게만 박사는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경기할 때 빨간색 보호복이 더 공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판들이 심리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8월호에 실렸다.

하게만 박사의 연구 결과를 역대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대입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시험종목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치른 결승전 경기는 남녀 각 8체급씩 총 16체급 경기.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엔 모집단이 적긴 하지만, 빨간색 보호복을 착용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8명이었다. 나머지 8명은 물론 파란색 보호복을 입었다.

시드니 올림픽과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빨간색 보호복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건 경우는 한국의 김경훈(시드니. 남자 +80㎏급), 문대성(아테네. 남자 +80㎏급), 미국의 스티븐 로페스(시드니. 남자 -68㎏급) 등 8명.

파란색 보호복을 입고 금메달리스트가 된 선수는 그리스의 마카일 모우루트소스(시드니. 남자 58㎏급), 쿠바의 앤젤 바로디아 마토스 푸엔데스(시드니. 남자 80㎏급), 한국의 장지원(여자 57㎏급)등 8명이다.

57kg급 장지원(위) 80kg이상 급 문대성(아래)

특이한 점은 두 차례에 걸친 올림픽 중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대표선수는 파란색을, 남자 대표선수는 빨간색 보호복을 착용한 뒤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다. 김경훈(시드니)과 문대성(아테네)이 빨간색 보호복을 입고 금빛발차기를 했다면 정재은, 이선희(시드니)와 장지원(아테네)은 파란색 보호복을 입고 상대를 제압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밭’ 태권도 20일 시작돼 나흘 동안 베이징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다. 남녀 각 4체급씩 총 8체급 중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남자 68㎏급의 손태진(20)과 80㎏이상급의 차동민(22), 여자 57㎏급의 임수정(22)과 67㎏급의 황경선(22) 등 4명이 출전해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승에서 남자 선수는 빨간색, 여자 선수는 파란색 보호복을 입고 나왔을 경우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까. 한국 대표선수에게만 나타나는 ‘보호복 색깔 징크스’가 계속 위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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