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장기비전'이 실현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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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를 2020년까지장기전망했다.이 전망에 의하면 현재 4천5백억달러의 경제규모가25년후인 2020년에는 지금의 약 10배가 되는 4조1천억달러로 세계 11위권 경제규모에서 7위권으로 성 장하고,따라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불변가격(不變價格) 기준으로 95년의 1만달러에서 3만2천달러가 돼 우리의 생활수준이 3배이상향상된다는 것이다.
이 전망은 미국 와튼경제예측연구소의 전망을 원용(援用)한 것이라 KDI의 독자적 창작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신뢰도가 보강된다.뿐만 아니라 이 전망을 분석해 보면 우리 GDP가 경상(經常)달러로 연평균 9.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 하고 있어 달러물가상승률 약 2.5%를 감안하면 실질 GDP성장률을 6.
5%정도로 전망한 것이므로 지난 30여년간의 우리 실질 GDP성장률 약 8%에 비춰볼 때 이 전망치는 적어도 수치상으론 별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 KDI가 제시한 조건 외의 몇가지 점을 지적해볼까 한다.먼저 스탠퍼드대학의 폴 크루그만 교수등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소위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한계성에 대한지적이다.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성장은 주로투입요소,즉 인력과 자본의 투입 증가로 된 것이고 선진국 경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의 효율성 증가로 인한 성장은 극히 적으며,따라서 한국처럼 노동력 등 투입요소의 증가가 향후 과거와 같지 못할 나라는 성장에 제동 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아직도 세계 경제학계에선 소수 의견에 불과하고 MIT의 앨리스 암스텐 교수등 저명한 학자들과 존나이스비트등 미래학자들도 아직은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부터 95년까지 우리 경제에 투입된 노동인력이 약 11% 감소됐고 근로시간수를 보더라도 그 기간내에 겨우 1% 증가에 그쳤다.향후 25년간 노동 투입면에서는 동일한 추세가 예측된다.
따라서 한 단위의 노동과 결합되는 자본,즉 자본 장비율의 증가를 통한 꾸준한 효율성 증가 없이 지속적 경제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따라서 노동인력의 감소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현재의 48%에 지나지 않는 여성 근로인력 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의 가장 직접적 요인은 투자다.지난 30여년간 우리의투자는 연평균 약 15%씩 증가했고 새로운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생산능력의 양적 팽창과 아울러 새로운 기술을 함양한 기계장비 등을 활용함으로써 생산성도 꾸준히 향상돼 지 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따라서 향후에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가 오늘날처럼 잘 돼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첫째,높은 저축률이 계속돼야 겠고 둘째,기업들의 활발하고 동태적인 경제행위가 보장돼야 한다.여기에는 미래가 예측되는 정치적.사회적 안정과 노사관계의정착,그리고 정부규제의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조 건이라 생각된다. ***中企생산 부품質 높여야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의 질이 높지 못하면 완제품의 질을 보장할 수 없고,따라서 우리 성장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은 어렵게 된다.오늘날 우리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술개발.경영개선.정보수집.자금동원및판매능력 등에서 대 기업과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이로인해 향후 성장에 차질이 올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정부와 대기업은 이 격차를 좁히는 것이 우리의 희망찬전망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리 제조업의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도 경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교통.건설 등 서비스산업이 계속 낮은 생산성에 머무른다면 경제 효율성의 하향평준화(下向平準化)로 지속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이점에서도 정부와 업계의 관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문희화 경희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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