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기업 서로 닮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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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 딴판이던 미국과 일본기업이 닮아가는 것일까.올들어 미국은지나친 「주주(株主)제일주의」를 고쳐 종업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일본기업들은 주주를 보다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대량감원의 대명사였던 미국 IBM은 최근 4억4천만달러(약 3천2백억원)를 투입,종업원들의 월급을 8%인상해주고 스톡옵션(종업원들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자사주식을매입할 수 있는 권리)제도를 확대 적용했다.
AT&T는 종업원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자사주식을 사되 그 차액을 회사에서 보전해주는 우리사주제도를 확충했고 필립 모리스와 대형 의약메이커인 브리스톨 마이어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이밖에 델타항공도 스톡옵션 제도를 새로 도입하 는등 사원들에 대한 이익 재분배 확대 추세는 올해 미국기업들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 호전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단물은 주주가 다 빨아먹고 경영악화에 따른 부담은 종업원에게만 돌린다』는 공화당 대통령후보 뷰캐넌의 신랄한 비난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반면 이익 배당에 인색하던 일본 기업들은 올해 주주에 대한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중시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와 종업원 복지에 돌렸던 일본기업들도 2~3년전부터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아지면서 배당에 예민한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백개 주요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5개사중 1개사 꼴로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주주자본이익률(ROE)」의 제고에 맞추겠다고 대답했다.ROE는 주주가 낸 자본금으로 한햇동안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 렸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 ROE 수치가 높은 회사일수록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올라가게 된다. 후지쓰(富士通)의 경우 올해 ROE 목표수치를 15%까지상향조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응답기업의 3분의1이 사업수익성 제고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응답,지금까지 덩치를 키우기 위해 매출확대에 주력해온 경향을 바꿨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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