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한 ‘특별한 초청장’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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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고위 인사가 (취임식의)경축 사절로 온다면 언제나 환영한다.”

지난 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당선인의 이 발언을 계기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고위층이 참석할지가 관심이 됐다. 그러나 취임식 현장에서 북측 인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를 놓고 남북 간엔 아무 소통도 없었던 걸까.

그러나 당시 북측이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건 ‘특별한 초청장’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한나라당 임태희(사진) 정책위의장은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임 의장은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다.

임 의장은 간담회에 앞선 강연에서 “당시 북한은 다른 외국에 보내는 것과 똑같은 초청장엔 응하지 않겠다고 전해 왔다”며 “그러나 다른 나라와 똑같은 초청장이 (북한에) 갔고, 결국 불참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이 ‘특별한 초청장’을 전제로 취임식 참석 여부를 타진해 오자 정부 내에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임 의장도 “당시에 특별한 초청장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측에선 북한의 가수나 연주자를 초청하자는 의견을 인수위원회 측에 전달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같은 초청장을 보내되 취임식이 끝난 뒤 회담 같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북측에 제안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었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취임준비위 내에서도 (북한 인사 초청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제로 북측이 참석할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초청장 형식 자체를 특별하게 해달라기보다는 다른 나라와는 차별된 예우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인수위 내부에선 북측이 특별한 초청장을 매개로 새 정부에 대북 지원 등 각종 요구 사항을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초청장’을 남측과의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북측의 카드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논란 끝에 인수위 측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만 별도의 초청장을 발송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다른 나라에 보낸 것과 같은 초청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임 의장은 “북한은 우리와 유엔에 동시 가입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국가로서의) 실체를 인정받는 등 남북 관계에 양면성이 있다”며 “그런 측면을 고려해 다른 나라에 보낸 것과 같은 초청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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