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보기 좋게 ‘그슬린’(?) 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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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겨울에 새하얀 피부가 돋보인다면 여름엔 역시 까무잡잡한 피부가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인지 요즘 젊은 층에서 인공적으로 살을 태우는 기계 태닝이 인기다.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해변에서도 비키니 차림으로 누워 몸을 ‘그슬리고’ 있는 사람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보기 좋게 그슬린 몸”에서처럼 ‘햇볕이나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그슬리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그을리다’의 잘못이다. ‘그슬리다’는 ‘불에 겉만 살짝 타게 되다’는 뜻을 지닌 단어로, “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렸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동안 얼굴이 검게 그을은 채 하얘지지 않았다”에서는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을까. ‘그을다’에 ‘~은’을 붙여 활용할 때에는 예문에서와 같이 ‘그을은’으로 쓸 수 없다. ‘그을다’에 ‘~은’이 붙으면 ‘ㄹ’이 탈락되므로 ‘그은’이라 해야 올바르다.

피부를 잘못 그을리면 불에 그슬린 것처럼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민감한 피부나 여드름 피부엔 태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또한 충분히 고려한 뒤 살을 태우는 게 좋겠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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