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王位 도전권 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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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9단-조훈현9단-유창혁9단-이창호9단으로 이어져온 왕위전의 역사는 항상 바둑계의 판도를 축소해 보여주는 풍향계였다. 1960년대의 초창기에 당시 일인자였던 김인9단이 7연패하더니 곧이어 조훈현9단이 13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서봉수9단과 하찬석9단의 이름이 보이지만 대세의 흐름과는 무관했다. 그후 유창혁9단이 4연패했고 다시 이창호9단의 8연패가 이어지고 있다. 37년간 이 네 사람은 무려 33번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일보가 창간 때부터 주최해온 왕위전은 3년 전부터 조훈현9단과 이세돌9단이 번갈아 도전자로 나섰으나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했다. 올해 38기 왕위전은 현재 이세돌9단이 본선리그에서 3연승을 거두며 선두로 나서 도전권 획득이 유력하다.

조훈현9단은 복병 안달훈5단에게 패해 1승1패. '왕위전의 사나이'란 이름이 붙은 유창혁9단은 모처럼 본선에 복귀해 권토중래를 노렸으나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져들며 3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선두권의 강력한 경쟁자는 2연승을 거둔 안조영8단이다. 그러나 이세돌의 더욱 강력한 경쟁자는 자기자신인지도 모른다. 이세돌은 8명이 겨루는 왕위전에서 6연승을 거두다가 막판 덜미를 잡힌 일도 있고 동률 재대결에서 패배해 도전권을 놓친 일도 있다. 최근 부진을 보이는 이세돌9단이 왕위전을 발판으로 재기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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