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캐나다 모랑시 현악4중주단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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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8일 호암아트홀에서는 캐나다 출신 모랑시 현악4중주단의첫 내한공연이 열렸다.지난 79년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캐나다교포 방훈(方勳)씨가 창단한 실내악단으로 현재의 멤버들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0년전부터.이날 무대는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앙상블의 진면목을 손색없이 과시했다.
첼리스트 크리스토퍼 베스트를 제외한 드니즈 뤼피엥.올가 란젠호퍼(바이올린),프랑신 뤼피엥(비올라)등 모든 멤버가 여성으로구성된 탓인지 섬세한 선율 처리와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다.
프로그램도 생상스의 『현악4중주 e단조』,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 제8번 c단조』등 국내 무대에선 자주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로 꾸며졌다.이들은 시종일관 앙상블의 균형을 깨지 않는범위 내에서 단원 개개인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 고 어려운 테크닉의 난관도 쉽게 극복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곡은 국내 초연 곡인 머레이 셰퍼의 『현악4중주 제3번』.음향환경운동가로 활동중인 그의 작품은 새로운음색의 개발 위주로 흐르는 현대음악의 경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1악장에서는 첼리스트만 무대에 있고 바이올리니스트 2명은 객석 뒤편의 양옆에,비올리스트는 무대 안쪽에서 연주하다 차례로 무대로 이동한다.2악장부터는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바다바』 또는 혀를 굴리는 소리를 연출,현대음악에 생소한 청중들에게도 정서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모든 음악은 기본적으로 사람 목소리의 연장선이라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매우 지적이며 차가운 분위기가 대부분인 현대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원시 공동체의 제사의식을 연상하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건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어버이날에 맞춰 무대에 놓인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함께 연주 시작전 현악4중주로 편곡한 『어머님 노래』를 들려준다든지,연주가 끝난 후 최연소 청중에게 CD를 증정하는 모습은 다소 따분하기 쉬운 실내악 연주회에 축제적 분위기를 제공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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