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행자 브래지어 탈의 요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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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광복절 불법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여성을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자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벗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6일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김모(26·여)씨를 입감했다. 이 과정에서 브래지어를 위험물로 분류해 벗게 한 뒤 이를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여성 연행자를 입감하면서 ‘자해 위험’ 운운하며 브래지어를 벗겨 가 여성 연행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비난했다. 또 “과잉 신체검사로 인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개정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규정을 거꾸로 돌리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르면 유치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치인의 소지품을 출감 시까지 보관할 수 있다. 위험물로 분류된 소지품에는 혁대·넥타이 등 자살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해당 서 관계자는 “연행자 4명이 체포적부심을 신청하면서 유치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판단해 규정에 따라 위험물을 수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광복절 집회에서 연행된 시위 참가자들 중 조사를 마친 사람들은 모두 17일 오후 6시쯤 귀가했다. 그러나 김씨 등 4명은 체포적부심사를 신청한 채 조사를 거부했다. 이어 심사가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체포 시한이 19일 0시25분까지 연장됐다.

서울시 경찰청은 “담당 여경이 규정을 충실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씨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향후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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