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경이 만난 사람] 사면초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격정토로 인터뷰 3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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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 정책을 썼다? 실제로는 저환율 정책을 쓴 거죠!
■ 누가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저물가를 포기하겠나?
■ 공기업 민영화는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것
■ ‘독불장군’이라고? 내가 잘못됐을 때는 주장 접는다
■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무슨 신뢰를 잃었다는 겁니까?

월간중앙이명박정부의 경제 사령탑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면초가다. 불안한 한국경제에 ‘환율 오작동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여권에서까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강 장관을 만나 솔직한 속내를 들었다.

현 경제 상황은 정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기간 중 7·4·7정책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10년 내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만든 주인공인 강 장관은 이 정도 상황이면 목표치를 수정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5년, 서울시정개발원장이 된 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경제참모로 호흡을 맞춰온 그의 경제관은 바로 이 대통령의 경제관이나 다름없다. 개각에서 재신임받은 후 ‘킹만수’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1년 후에 보자”고 말한다.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 현 정권의 경제정책의 화두인 7·4·7정책을 만든 당사자인 장관께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놓겠다고 공헌한 것은 성장을 당분간 포기하겠다는 의미인가요?
“결정적 계기는 고유가죠. 지난해 평균 68달러였는데 한때 140달러가 넘었잖아요? 유가가 딱 배로 올랐어요. 그것을 누가 상상했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존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가 ‘더블’로 올라가고, 밀 가격도 올라가고 그래서 우리가 유사 이래 최고로 할당관세도 민생과 연결된 127품목을 골라 대부분 ‘제로’로 만들고, 그 다음에 환율도 너무 급격히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런 일시적 노력이 필요하죠.”

“1가구1주택 보호에 대해서는 변함없어”

- 7·4·7공약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면 국민에게 사실을 알리고 현실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것은 하나의 목표이고 비전이에요. 그런 식으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죠. 그것을 달성 가능하고 못하고는 별도의 이야기고, 그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죠. 청년실업이 100만 명이 되는데 그 사람들을 다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인데, 노력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잖아요?”

- 포기라기보다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낮추라는 요구 아닐까요?
“아니, 목표치 7%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여러 가지 법만 지켜도 1%가 올라가는 것이고, 감세정책 규제 완화만 해도 1%는 충분히 올라간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왜 못합니까? 그리고 미국 같은 선진국도 규제 완화한 이후 5%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잘하겠다는데,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은 패배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려우니 물가 안정에 집중하는 것이고, 100만 명이 넘는 청년실업자를 두고 현재 일자리에서 만족해서 되겠습니까?”

-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경제구조의 양극화 등 우리가 이미 안고 있는 문제가 심화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도산하면서 금융위기로 간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그것은 거꾸로 대답할게요. 성장 위주 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없고요. 엄밀한 의미에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려면 일자리를 자꾸 만들어야 해요. 성장, 꼭 필요하죠. 그것이 첫째 대답이고, 두 번째는 지난 10년간은 분배 위주라던가 안정 위주 정책을 썼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에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화됐어요.”

- 최근 대규모 미분양으로 건설업체들이 도산하는 것은 실제 벌어지는 상황 아닌가요?
“그것 때문에 회의를 거듭합니다. 현재 부도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조금 늘어났을 뿐이에요. 건설회사가 상한가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분양한 것도 미분양 확대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정부에서 10% 분양가를 낮춰 주면 취득세·등록세 50% 감해주겠다는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기대만큼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견딜 만하다는 측면도 있는 것이고, 또 일부는 물론 어려운 것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가 혼재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실상을 면밀하게 다시 파악하고 있죠.”

- <중앙일보> 1997년 3월5일 칼럼에 토지 공개념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도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종합부동산 양도소득세 인하에 앞장서는 걸 보면 입장이 좀 바뀐 겁니까?
“저는 전혀 바뀐 바 없어요. 그리고 사실은 토지세나 토지문제에 대해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했고요. 다만, 원래 조세정책은 고유한 원칙과 철학이 있는 거예요. 그 철학을 가능하면 훼손해서는 안 되죠. 그것을 지난 정부에서 종부세라든지 이런 것을 동원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했는데, 과거 역사로 보면 그렇게 해서는 결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은 그것도 시장이기 때문에 꾸준한 공급이 없으면 집값이 오르게 돼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정지역이 올라가는 것은 교육과 연결돼 있는 것이고, 조세에 의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1가구1주택 보호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번 선거 때 주거기본권 선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에게는 노동을 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데, 노동권·교육권은 주거권이 전제됩니다. 집 없이 어떻게 노동을 하며, 어떻게 교육받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서민주택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해줍니다. 토지에 대한 생각은 변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현 정권 고유의 경제 회생정책도 그다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 한반도대운하를 비롯해 공기업 구조조정도 다 물 건너간 것 같거든요.
“한반도대운하에 대해서는 외국의 전문가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됐죠. 공기업 민영화는 제가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영국 대처 총리 시절 공기업 민영화를 직접 추진했던 존 메이저 전 총리를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조용히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권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러 가지로 가장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제 1차 발표했는데, 물 건너가고 안 가고는 2차, 3차 보고 나서 이야기하죠. 그것을 전부 물 건너갔다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안 됩니다.”

- 마지막으로 MB정부 경제 수장으로서 한마디 하신다면….
“무릇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적어도 1년은 지나고 나서 효과를 논해야 합니다. 다들 조급한 것 이해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현재 고유가라든지 원자재 가격 인상은 세계 모든 사람이 함께 고통을 감내해 이겨내야 할 문제이지,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당장 극복해야 할 것 중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즉각 대응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어느 정도 우리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시면 이명박정부 출범 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글■임도경 인터뷰 전문기자 사진■이찬원 월간중앙 사진부 차장 [l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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