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한국땅’ 외국인은 몰라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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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독도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물 가운데 모사본이 많고 자세한 설명도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백일현 기자]

14일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581-1 독도박물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브레나 코치에(24·여)·브린리 코치에(27) 남매는 독도와 울릉도가 그려진 지도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으로 독도에서 한국·일본과의 거리를 재 보기도 했다.

그게 끝이었다. 남매는 다른 대부분의 전시물을 그냥 지나쳤다. 브레나는 “오빠와 경기도 남양주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독도 이야기를 듣고 이곳까지 왔는데 영어로 된 전시물 설명이나 팸플릿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독도를 두고 일본과 다툼이 있다는 것도 인터넷에서 알았지 여기 전시물로는 알 수 없다”며 “독도를 한국 사람만 알아서 뭐하나”라고 되물었다.

1997년 8월 8일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으로 문을 연 독도박물관이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찾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정작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물이 없다”=독도박물관에는 전시실 4개와 영상실, 전망대가 있다. 건물 바깥에는 독도박물관 표석이 있는 야외 독도박물관도 꾸며져 있다. 그러나 전시물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은 차가웠다. 독도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전시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자료와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설립 목표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에 사는 김용범(57)씨는 전시물 관람을 10여 분 만에 마쳤다.

김씨는 “요새 다른 박물관은 유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고 음성 설명 서비스도 있는데 여기는 자세한 설명이 없어 그냥 지나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시물 중 상당수는 사진이었다. 독도가 한국 영토로 표시된 지도도 모사본이나 사진이 여럿이었다.

영상물 상영도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뿐이다. 관람객 우백희(26·여)씨는 “날씨 때문에 독도에 못 들어가게 돼 아쉬움을 달래려 왔는데 사진이 많은 것 같다”며 “독도에 떨어진 포탄 같은 독도 관련 실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관 11년째를 맞은 독도박물관 관람객은 숫자상으로는 100만 명이 넘었다. 초기에는 하루 50명 정도였으나 일본과 갈등이 불거지고 박물관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증가해 많을 때는 하루 2200여 명이 찾는다. 그러나 전시물은 200여 점에 불과했고 그나마 관람객 대부분이 그냥 지나쳤다.

독도박물관이 소장한 전시물은 1360점이다. 지도 199점, 책 263점, 문서 115점, 신문 111점, 사진 437점, 마이크로필름 177점, 시청각자료 9점, 기타 49점이다. 고 이종학 초대관장이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한 자료에 고 홍순칠 대장의 유품과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 푸른독도가꾸기모임 등이 제공한 자료다. 일부 순회 전시로 나가 있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유물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강경혜 학예사는 “유물을 계속 정리하는 중”이라며 “더 나은 전시를 위해서는 학예사 2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독도박물관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연 10억여원으로 운영된다. 학예사와 관리 인력 인건비 등도 포함된다.

울릉도=백일현 기자

◇독도박물관=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경상북도 울릉군이 땅을 제공하고 중앙일보와 삼성문화재단이 80억원을 들여 2년여 공사 끝에 97년 8월 8일 개관했다. 관리·운영은 울릉군이 맡고있다. 대지 8068㎡, 연면적 1600㎡의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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