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열광 … 감동 … 뉴욕서도 “조용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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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오빠!”

16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열린 조용필 데뷔 40년 기념 공연에서 조용필씨가 열창하고 있다.

‘가왕(歌王)’ 조용필의 데뷔 40주년 기념 미국 공연이 열린 16일 오후 8시(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홀. 노란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맨 그가 등장하자 40대 여성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데뷔 40년에 이순(耳順)을 눈앞에 둔 나이 59세. 그런 조용필이 “아직도 오빠라고 불리는 맛에 산다”며 싱긋 웃은 뒤 노래를 시작했다.

공연 전까지는 ‘절정기만 하랴’고 지레 짐작했다. 큰 오산이었다. 2시간15분간 한시도 쉬지않고 34곡을 내리부른 그의 뜨거운 무대는 어설픈 예단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는 미성(美聲)과 탁성(濁聲)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5000여 관객을 압도했다. “나이가 들어도 노래 목소리는 변하지 않는다”던 그의 설명대로, 조용필의 노래는 그때 감흥 그대로였다.

‘친구여’·‘그 겨울의 찻집’ 등 친숙한 멜로디가 흐르자 추억에 취한 관객들은 모두 따라 불렀다. 감상에 젖은 몇몇 여성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발라드풍 노래에 이어 신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이어졌다. 공연장은 삽시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너도나도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현란하게 바뀌는 무대 뒤 대형 스크린, 번쩍이는 조명은 잔뜩 흥을 돋궜다. ‘땡큐 조용필’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흔드는 관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의 압권은 맨 목소리 공연이었다. 공연 중간쯤 그는 불쑥 “마이크 없이 노래해보겠다”며 “이번에는 속으로 따라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순식간에 객석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 침묵 속에서 조용필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창밖에 여자’ 등 2곡을 불렀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2523석)의 2배나 되는 넓다란 라디오시티홀 (5933석) 구석구석으로 청아하면서도 힘찬 그의 목소리가 퍼져갔다. 숨죽여 경청하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역시 조용필”이라는 경탄과 함께 우레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이날 콘서트는 공연 타이틀로 쓰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민 20년째라는 김동근씨는 “서울로 돌아간 기분으로 오랜만에 향수를 달래게 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공연에서 맛본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글·사진=남정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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