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격 각자 책으로 엮어낸 시어머니와 며느리 애증2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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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어제까지는 화목했어도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게고부 사이다.내일 일은 더욱 모르고….어느 때 보면 어머님이나나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삐칠 준비를 완료하고 있는 것처럼 날카롭게 대응한다.』(김민희저 『고부일기』의 「내일샤 일은 난 몰라요」중에서) 『고부 문제는 어렵다.그러나 매일 부닥치는 문제인데 피해갈 수야 없지 않은가.나도 수없이 어려운 곡절을 겪었지만 「쟤는 원래 저래.나도 별 수 없고」라며 포기하는 순간부터 길이 보이고 방법이 보였던 것같다.』(천정순저 『붕어빵은왜 사왔니』의 「열가지 방법」중에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주부 김민희(金民喜.47)씨가 지난해 시어머니와의 티격태격 20년을『고부일기』로 펴낸 지 꼭 1년.이번에는 그 시어머니 천정순(千貞順.75)여사가 화답이라도 하듯 며느리 이야기를 담은 『붕어빵은 왜 사왔니』(도 서출판 형제刊)를 내놓아 화제다.
『고부일기』가 당하는 며느리 입장을 시시콜콜 일상사를 통해 털어놓은 책이라면 『붕어빵…』는 우물속처럼 깊은 시어머니의 심정을 해학과 유머를 섞어 삶의 지혜처럼 풀어놓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며느리가 「고부일기」를 냈을 때 「얘,너만 할 말이있는 줄 아니」라며 큰소리 친 것이 빌미가 돼 꼼짝없이 8개월을 썼어요.』 며느리 책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평에 활짝 웃는 시어머니 천여사.며느리 김씨는 『「고부일기」독자들이 시어머님 얘기도 듣고 싶다고 워낙 성화였거든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지금은 동지며 둘도 없는 짝꿍이 돼버린 이들이지만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곳이 어쩜 한군데도 없는 못마땅한 며느리」와 「호랑이처럼 무섭고 엄하기만 한 시어머니」였다.『붕어빵…』에는 둘째를 낳고 가끔 까무러치는 며느리와 이를 시집살 이 탓으로 해석,분가를 요구하는 아들에게서 느낀 시어머니의 섭섭한 마음이그려져 있을 정도.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이들이 아들과 남편의 실직을 계기로 한가족처럼 마음이 통하게 된 것은 함께 지낸 지 거의 10년이 지나서였다.
시어머니 천여사가 고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세운 원칙은 10가지.▶뭐든지 터놓고 얘기한다▶며느리의 취미를 살려준다▶(시어머니가)취미생활로 외출할 시간을 갖는다▶고부가 같은 신앙을 갖는게 중요하다▶역할분담을 하는 게 좋다▶ 며느리와 같이 아들 흉을 본다▶내 물건을 살 때 며느리 것도▶딸들에게는 무관심하게▶돈은 써야지▶저녁이 되면 부르지 않는다 등이다.
며느리 김씨에게도 노하우가 있었다.▶쓸데 없는 얘기라도 자주말을 걸고▶가끔이라도 손이나 다리를 주물러드리며▶잘 웃는다▶꾸중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지는 게 이기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
「미운 정」에서 「고운 정」으로,그리하여 마침내 든든한 동지가 되는 두여인의 얘기는 「가족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우주」임을일깨워준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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