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건강백과>전립선 질환-고지방음식 삼가고 조기 진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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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테랑 전프랑스대통령,덩샤오핑 중국최고지도자,봅 도울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걸프전의 영웅 슈워츠코프장군,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유가와 히데키…」.
모두 전립선(前立腺)암환자들이다.
펜티엄칩으로 전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인텔사의 앤디그로브 사장도 이들중 한명.
전립선암은 미국남성의 13%가 궁극적으로 환자가 될 정도로 흔한 발생률 제1위 암.국내에서도 급속한 서구화로 점증하고 있는 대표적 미래형 암이다.
최근 포천지에 자신의 암투병기를 게재,화제가 되고 있는 그로브사장의 사례를 통해 전립선암등 각종 전립선질환의 극복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가장 착한 암,그러나 때론 완치가 오히려 괴로울 수도 있는암」. 전립선암 수술의 세계적 대가 미 존스홉킨스의대 패트릭 월시 교수가 밝힌 전립선암의 특성이다.
10년 생존율이란 용어가 따로 통용될 정도로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느린 반면 완치를 위한 수술이 발기부전과 배뇨장애란 치명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94년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그로브의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됐다.수술은 치료효과가 확실한 반면 부작용이 우려되고 방사선요법은 부작용이 적은 반면 치료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료법을 선택하는데만 1년이 걸렸으며 여기엔 「10년후를 알려면 10년전을 바라보라」는 그의 사업가적 지론이 반영됐다.
10년전 혈액검사만으로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렸음을 진단케해준신기술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법이 개발된 것처럼 10년후 획기적 전립선암 치료법이 등장할 때까지 완치보다 부작용 없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수술보다는 방사선요법을 선택했고 지난달 3일엔 강연및 시장조사차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방사선요법만이 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도울이나 슈워츠코프의 예처럼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수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미테랑과 사경을 헤매는 덩샤오핑의 비극은 무엇 때문일까.
당시엔 PSA검사가 개발되지 않아 조기진단에 실패했다는 것이가장 유력한 정답이다.그로브 역시 의사가 손으로 전립선을 만져보는 진찰에선 정상이었으나 PSA검사를 통해 겨우 전립선암임을발견할 수 있었다.
90년대초부터 국내에도 본격 도입된 PSA검사는 전립선암 조기진단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비용 또한 1만원내외로 저렴하다. 이화여대 권성원(權誠遠.비뇨기과)교수는 『우리나라도 더이상전립선암의 안전지대는 아님을 명심해야한다』며 『배뇨장애를 앓는60대이상 남성이라면 전립선암 조기발견을 위한 진찰과 PSA검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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