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kg 금빛 바벨 … 장미란을 기다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국의 ‘여자 헤라클레스’가 세계를 들어올린다.

장미란(25·고양시청)이 16일 오후 8시(한국시간) 베이징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리는 여자 역도 +75㎏급에 출전, 금메달과 함께 세계신기록에 도전한다. 강력한 경쟁자 무솽솽(중국)의 불참으로 장미란의 금빛 바벨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오승우 여자 감독은 “세계신기록을 세워보겠다”는 말로 각오를 전했다.

여자 +75㎏급의 세계기록은 인상 139㎏(무솽솽), 용상 182㎏(탕궁홍), 합계 319㎏(무솽솽)이다. 장미란의 공식 기록은 인상 138㎏, 용상 181㎏, 특히 메달을 결정하는 합계는 319㎏으로 세계기록과 타이다. 이미 한국에서 연습 기록으로 330㎏(인상 140㎏, 용상 190㎏)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장미란은 1차 시기에서 안정적으로 금메달을 확보한 후 세계기록을 뛰어넘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출전 선수 중 세계랭킹 3위인 올하 코로브카(우크라이나)보다 공식 기록에서 무려 26kg이나 앞선다.

오 감독은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려 그동안 성원해 준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장미란은 세계신기록을 정조준한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 중이다. 그는 “무솽솽이 불참해도 세계신기록 목표는 변함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은 장미란 때문에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역도의 꽃인 최중량급에 무솽솽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올림픽 여자역도에는 쿼터 제한이 있어 국가별로 4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다.

오 감독은 장미란의 세계신기록 도전 무기로 체중조절을 꼽았다. 역도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무게를 더 많이 들 수 있다. 단순히 살을 찌우는 것이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며 불려야 기록 향상이 가능하다.

장미란은 베이징 도착 뒤 117~118㎏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세끼 외에 야식까지 챙기며 훈련으로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무솽솽에게 패한 후 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 당시 113㎏였던 몸무게를 118㎏까지 늘렸다. 더불어 합계 기록도 당시 313㎏에서 연습 기록 330㎏까지 끌어올렸다.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경기 당일 체중 관리다. 오 감독은 “경기 당일에는 식사량을 줄이면서 1~2㎏ 정도 떨어지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바벨을 잡을 때 바가 손에 쫙 달라붙는다. 바가 으스러지도록 한껏 잡아채는 느낌이 들어야 힘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미란은 전 세계 여자 가운데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린 뒤 16일 오후 10시쯤 시상식 제일 높은 곳에서 환한 웃음을 지을 생각이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