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제2외국어 수능시험에 포함-마땅히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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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학능력시험에 제2외국어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제2외국어 교수.교사들은고교 교육의 정상화와 국제화 추세를 들어 수능에 제2외국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고 있으나 교육부측 은 시행상 어려움등 여러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제2외국어를 수능시험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관한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註] 제2외국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돼야 하는이유는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두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장기적 목표는 청소년들이 주역이 될 21세기 초반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한국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영어가 도처에서 국제어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21세기에도 반드시 그러리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무역을 상대하는 80여개국중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라는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영어권 사람들과만 교역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일본.중국.태국 등은 중학교 때부터 여러외국어중 하나를 택해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나 교육 수요자를 위해서나 제1.제2.제3외국어를 다양하게 선택하는 외국어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 목표는 수능평가의 의미와 관련된 문제다.수능시험은 말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검증하는 시험이다.
이러한 수능시험의 외국어 영역에 영어만 포함되고 다른 외국어는 제외됐다.
그동안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던 제2외국어는 대학별 고사 폐지로 대학입시에서 완전 제외됐다.그 결과 제2외국어 교육은 학교현장에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상실됐기 때문에 수업진행이 어렵고,해당과목의 질적 수 준은 형편없이저하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 시간에 시험에 출제될 것만을 수업하고,나머지 시간은 자습이나 수능과목을 보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국자는 그런 파행수업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교의책임을 강조하지만,소위 중요과목이라고 하는 수학을 수능시험에서제외시켰다면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우리가 수능 언어.수리.영어 영역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부여해도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 과목들이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필요한 이른바 도구과목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영어가 도구과목이라면 제2외국어도 비록 영어만큼 비중을 갖지 못할 지라도 분명히 중요한 도구과목이 될 수 있다.특히 문과학생들에게는 어쩌면수학이나 과학보다 더 필요한 과목일지 모른다.최근 서울대 인문대가 2개의 외국어시험에 합격해야만 졸업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런 취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미국의 SAT나 독일의 아비투어,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서 제2외국어를 중시하는 것도 이런 차원일 것이다.한 예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는 대학의 어문계열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수학을선택하지 않고 또 다른 외국어를 택할 수 있다.
그것은 대학 어문계열을 지망하는 학생의 수학능력을 평가할 때오히려 수학보다 다른 외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려하는 수능시험 제2외국어 과목간의 점수차는 평균점수를 환산 점수화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수 없다. 수능 외국어영역에 제2외국어를 포함시켜 문과 지망생에게는 필수로,이과 지망생에게는 선택으로 해 지금의 「외국어 영역은 영어」라는 비정상적 논리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외국어 영역이 돼야 한다.
채수연 제2외국어교사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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