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 레바논 62년 만에 수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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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리아와 레바논이 62년 만에 국교를 수립했다.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정치참모인 부사이나 샤반은 “두 정상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선 시리아 반대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트리폴리 내 중심 상업지역인 마사리프 지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레바논 군인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서 있을 때 폭탄이 터져 군인 10명 등 18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943년과 46년 각각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레바논과 시리아는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76년 내전 중이던 레바논의 요청을 받은 시리아 군대는 레바논 땅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내전이 끝난 뒤에도 ‘아랍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3만여 명의 병력이 레바논에 계속 주둔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등 내정에 깊이 관여한 시리아는 82년 6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2000년 이스라엘 군대가 전격 철수하면서 시리아군의 레바논 주둔은 명분을 잃었고, 2004년 유엔도 레바논에 주둔하는 모든 외국 군대가 철수할 것을 결의했다.

2005년 2월 시리아군 철수를 지지하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차량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게 된 시리아는 주둔한 지 29년 만인 2005년 4월 병력을 모두 철수시켰다. 술레이만은 이후 시리아를 방문한 첫 레바논 대통령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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