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금통위에 여성 첫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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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그동안 '최초'가 되자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냥 일을 즐기면서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950년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결정기구로 설립된 이후 여성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금융통화위원회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된 이성남(李成男.57)국민은행 감사위원.

그는 이전에도 금융계에서 '여성 최초'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인물이다. 99년엔 금융감독원 최초의 여성 임원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은행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그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여성 최초' 그 이상을 추구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융사고를 막는 일을 하는 은행 감사는 통상 명예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李감사위원은 달랐다. "국민은행이 저를 감사로 영입할 때 책상에만 앉아있으라고 했다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를 영입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이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데 李감사위원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李감사위원은 69년 씨티은행 한국지사에 들어가 21년간 근무한 정통 은행원 출신이다.

그런 李감사위원을 당시 금감위원장이었던 이헌재 부총리가 금감원으로 끌어들였다. 고교 시절 친분을 쌓았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그를 李위원장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관계.학계.한국은행 출신 위원이 대부분이었던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성한 것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장과의 가교 역할을 제게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시장 경험이 풍부한 금융인이었잖아요."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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