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팔은 北으로 굽는다" 訪中 내내 한국에 냉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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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전통적인 혈맹(血盟)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 당시 중국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던 한국은 金위원장의 베이징 도착부터 출발까지 일정과 중국 측 요인 면담 내용 등을 거의 알 수 없었던 것 같다.

탈북자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협조해왔던 중국이 金위원장 방중에 관한 한 아주 냉정한 태도를 취해 한국대사관도 내심 당황한 기색이다.

우선 金위원장이 중국에 들어간 사실에 대해서도 대사관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눈치였다. 金위원장 체재 기간 중 한 대사관 관계자는 "정말 우리도 아는 게 없다. 중국 측이 기밀로 처리하는 모양이다. 알 수 있는 시점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장쩌민 중앙군사위 주석과의 회담 뒤 시내 오리구이 집에서 점심을 들었던 金위원장의 행적은 거꾸로 기자들에 의해 대사관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남북한의 단일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개별 정치 체제로 남북한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을 金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거듭 드러냈다. 연간 30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중국을 왕래하고 교역 규모가 57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金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 간 전면적 우호관계 회복의 틀을 만들어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북한은 북핵 문제와 '7.1 경제개선 조치' 이후의 여러 당면 과제를 중국의 협조를 통해 해결해 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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