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한반도기류>6.중국 '두마리 토끼' 함께 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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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역학구조의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 축(軸)은 중국이다.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관계」로 선언하며 군사분야를 포함한 각 분야에 걸친 상호협력 강화를 결의한 「중.러 공동성명」이 갖는 의미는 한국으로서도 각별하다.
중국은 냉전 이후의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돼 왔다는 불만에 차 있다.특히 미국이 「가상의 적(敵)」으로 중국을설정,봉쇄와 견제정책으로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이에 대해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 신(新)안보선언을 통해 일본에 군사력 역할 확대의 길을 터주려는 궁극적 의도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중.러 정상간 채택된 공동성명은 양국이 협력해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특히 양국이 아.태지역 안보협력 중요성에 큰 비중을 실으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아.태지역 진출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태지역의 중심세력인 미.일에 대응하기 위한전략의 일환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아.태지역,특히 동북아지역의 향후 역학구조는 신안보선언을 기초로 한 미국.일본에,베이징(北京)공동성명을 토대로 중국.러시아가 이를 견제하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 없다.
문제는 이들 4강의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다.
한국은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고 북한은 중국과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중국의 자동군사개입을 명시하고 있는 이 조약의 실행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이 조약을 개정하려 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인 동시에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무역.투자 등 경제분야에 있어한국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인접국이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이 첨예한 맞대결을 벌이는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한국으로선 운신(運身)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대목이 중국의 대(對)한반도전략이다.리펑(李鵬)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全人大)보고를 통해 『북한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 한국과는 평등.호혜.합작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북한과는 정치적,남한과는 경제적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북한 실체를 모두 인정하며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한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얻는 이익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남북한 분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몹시 부담스런 존재이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마찰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갖는 완충지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나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임도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현상유지」를 정책목표로 설정,적정 수준의 지속적인 정치.경제적 지원과 함께 한반도 안보 등에의 적극 개입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 할 것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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