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제일은행장 구속으로 금융계 司正태풍 불까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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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철수(李喆洙)제일은행장이 30일 전격적으로 구속되자 금융계에서는 『올게 왔다』는 분위기속에 이번 사태로 금융권에 다시 사정(司正)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13명의 은행장이 이런 저런이유로 중도 하차했으며 최근 1년간은 그래도 조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난해이후 끊임없이 나돌던 李행장에 대한 검찰내사설이 사실로 드러나며 구속되자 금융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계 일각에서는 제일은행이 94년11월 효산 그룹 8개사의 부도 직전에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배경에 대해 꾸준히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감독원은 이와관련해 특별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검찰조사 대상에는 李행장외에도 전직 시중은행장 K씨등 여러명의 전.현직 은행 고위 간부들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나돌고 있다.
특히 효산 대출이 제일은행(대출 1천1백33억원,담보 9백56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서울은행(대출 7백92억원,담보3백62억원)측은 사태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효산은 원래 서울은행과 주로 거래했는데 서울은행이 조금씩 발을 빼면서 제일은행과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李행장의 검찰소환에 이은 구속 소식이 전해진 30일 오후 제일은행 임직원들은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사후대책을 협의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임원들은 밤 늦게까지 이곳 저곳으로 연락을 취해가며 상황을 체크하는가 하면 예상되는 경영공백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협의했다.
94년까지만해도 업계 선두를 다투던 제일은행은 유원건설.우성건설 등 주요 대출선의 잇따른 부도에 물린데다 지난해는 실적이나빠 배당을 못하는등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은행측은 이번 일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일은행 한 관계자는 『3년전 박기진(朴基鎭) 행장이 중도 하차한데 이어 李행장이 다시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은행 경영과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李행장이 거의 전권을 쥐고 추진해오던 우성건설그룹의 3자인수 협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현재 우성 인수에는한화.코오롱.미원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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