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국내 특허출원 봇물-작년 동기보다 8.5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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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 기술시장 선점을 노린 외국기술의 국내유입이 거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9일 특허청에 따르면 외국의 국내 특허출원 선행지표가 되는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한국 지정통지건수가 올 1.4분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배인 2만6천7백72건으로 집계됐다.이 수치는 지난해 총 지정통지건수 2만3천5 1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앞으로 외국기업의 국내 특허출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다.
실제 지난해 외국의 국내 PCT 특허출원은 6천84건으로 94년(4천9백5건)보다 24%나 증가했다.
PCT출원이란 특허출원자가 여러나라에 해외특허를 출원하고자 할때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출원서류를 내면서 출원 대상국을 지정한 후 해당국가에 번역문을 제출함으로써 출원절차를 마치는 제도.
PCT지정통지는 WIPO가 출원인이 밝힌 출원 희망 대상국에사전 통지하는 것이다.
외국이 국내 특허출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술이전료 수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과거 국내기술이 취약한 시절에는 설계기술이나 생산기술 노하우 전수만으로도 기술이전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최근 국내 기술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같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
한편으로 특허권을 확보해 국내업체 기술개발 활동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도 감춰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특허전략팀 유태방(兪泰邦)차장은 『국내 수출상품이 중.저가에서 고가품 위주로 바뀌어 미국.일본.유럽등 선진국 제품과 경쟁을 벌이게 되자 선진국들이 특허권을 행사,한국 견제에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를 뒷받침하듯 최근전자 통신업계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소니.도시바등과 미국 AT&T 등의 국내 특허출원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허는 속지주의(屬地主義)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출원이 안돼 있는 경우 국내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으나 특허출원이 되면 이같은 행위가 불가능해진다.국내업체들이 외국의 모방 기술로선 더이상 존립할 수 없는 시대를 맞고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PCT 해외 특허출원 물량은 지난해 1백89건으로94년에 비해 단 1건이 늘었다.이는 같은 기간 내국인의 국내특허출원이 94년보다 2배이상 급증한 것과 대조적으로,물량은 늘었으나 해외 출원할만한 고급기술 개발은 부진 함을 의미한다.
대한변리사회 강일우(康一宇)부회장은 『기술전쟁시대를 맞아 국내 업체들이 독창적인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외국의 특허공세에대응할 해외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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