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기술 왜 못지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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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특허를 내지 못한 우리 기술이 외국 기업에 의해 무단이용되는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중앙일보 4월27일자 보도)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국가경쟁력 향상의 최대 관건은 기술개발에 달려 있는데 국내 대학연구진이 심혈(心血)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외국에 거저 제공되고 있다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빚어진 것은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특허출원경비를 댈 수 없어 특허를 내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다.우리의 산업지재권(知財權)보호정책 어딘가에 큰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기술무역에서 만성적인 적자국이다.1년에 약 1조원규모의 기술을 외국에서 사오고,약 1천억원어치를 수출한다.자체기술을 개발,보유하지 못하는 나라는 조만간 경쟁대열에서 탈락하게 돼 있다.이런 사정인데 개발된 기술조차 특허를 내 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기술전쟁의 시대에서는 기술개발 못지 않게 기술보호에도 전력을기울여야 한다.기술보호의 한가지 중심과제는 아직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술,즉 「포장되지 않은 기술」에 보호막을 쳐주는 일이다.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영국이 오늘날 경쟁 력이 뒤지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들의 풍부한 원천기술을 상업화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술을 보호하고,나아가 수출까지 하려면 일단 외국에 특허를 내둬야 한다.재정이 빈약한 대학연구소나 개인은 막대한 특허출원비용을 조달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기술을 도용당하고 있다.기술을 담보로 한 금융자금 지원시책이 보다 활성화돼 야 한다.해당기술에 관심을 가진 기업에 다리를 놔주는 장치도 갖춰야 한다.
과학기술재단에서 특허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는 축소하기 보다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건수로는 세계 5위라는 산재권(産財權)출원이국내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인 특허전쟁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곧 우리기술을 지키고,수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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