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리더십도 ‘올림픽 효과’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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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2일 낮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일행이 함께한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함성이 터졌다. 진종오 선수가 남자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각종 국정 현안을 얘기할 때 어둡던 사람들의 표정이 곧 밝게 바뀌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국운이 융성하는 시기인 듯하다.”

▶박 대표=“정치도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공식 보고를 받던 도중 박태환 선수가 수영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보곤 양팔을 번쩍 들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박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이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10여 년간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지낸 적이 있다. 올 초엔 태릉선수촌에서 박 선수를 만나 “열심히 하라. 선수는 잡념이 없어야 한다”고 격려했었다.

요즘 여권 내엔 여유가 흐른다. 정치 상황만 놓고 보면 그럴 처지가 아니다.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대통령 사촌 처형 김옥희씨에 이어 세 번째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을 두고 진보 진영과 거친 싸움을 하고 있다. 회심작인 공기업 선진화 대책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18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된 지 70여 일이 흘렀는데 원 구성도 못한 채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역시 올림픽 효과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우리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스포츠의 선전이란 조사가 있다”며 “국가주의적 속성이 강해 (국민들이) ‘스포츠 선수=국가=나’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메달 소식에 정치·경제 현실에 짓눌렸던 국민의 마음이 밝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여권으로선 국민의 관심이 올림픽으로 쏠려 불리한 이슈가 묻힌다는 점도 있다. 김 교수는 “아무래도 여권으로선 숨 돌릴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도 “여권엔 호재”라고 말했다.

애국심은 현 리더십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3%포인트 상승했었다. 당시 한국팀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재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통치술로 활용한 케이스다. 전 전 대통령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자 100만 시민과 함께 서울시청 앞에서 선수단을 환영했다. 그는 “국력과 메달 수는 비례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

올림픽 효과는 그러나 지속적이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이후 국가보안법 논란 등으로 곧 빠졌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올림픽 직후 특별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기술·물자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치고 나갔다.

청와대 인사는 “국민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결집된 상태”라며 “이를 어떻게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 갈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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