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郊外-도시의 변두리 지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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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郊는 (읍,邑과 같음)과 交(교차할 교)의 결합이므로 읍이 교차한 곳이 郊다.여기서 읍은 일종의 마을이고 그 마을의 바깥을 野(들녘)라고 했으므로 마을과 들녘이 만나는 곳,곧 읍의 바깥이 郊인 셈이다.
그런데 郊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중국의 경우 매년 하지(夏至)와 동지(冬至)에 천자(天子)가 북쪽과 남쪽의 교외에서 각기 지신(地神).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둘을 합쳐 교사(郊祀)라고 했다.「교외에서 올리는 제사」라는 뜻이다.
外는 「저녁(夕)에 치는 점(卜)」이다.옛날의 점에는 복일(卜日.하루 1회).복순(卜旬.열흘 1회).복월(卜月.월 1회)의 구별이 있었는데 대개는 대낮에 쳤지만 간혹 급한 일이 생기면 밤에 치는 경우도 있었다.그것을 外라고 했다.
통상적인 방법의 밖에 있었으므로 外는 「바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郊外 또는 근교(近郊)라면 도시의 변두리 지역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물론 제사(祭祀)의 의미는 전혀 없고 그저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쯤으로 알고 있다.
서울의 경우 불과 20년 전쯤만 해도 경기도 일대가 여기에 해당돼 시민들의 휴식처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같다.지금의 교외는 러브호텔이나각종 유흥시설로 채워지고 있다.본디 신성했던 곳이 불륜과 쾌락의 현장이 되고 말았으니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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