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경제처방 사후 50년 일본서 재평가 떠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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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1일은 20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년.사진)의 사거(死去)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공황(大恐慌)이 낳은 그의 이론은 한마디로 『정부 재정확대를 통해 완전고용을 이뤄낼 수 있다』는 명제로 집약된다.이는 2차대전 이후 60년대까지 세계를 풍미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은향후 7년동안 어떻게 균형예산을 달성하느냐가 최대 정책목표가 됐다.유럽 역시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화폐통합 실현을 위해재정적자 삭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90년대 들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추세에 따라 「시장의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고,행정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지상명제가 돼 케인스주의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경제학계에서도 따돌림을 받은지 오래다.통화공급량을 중시하는 밀턴 프리드먼과 「합리적 기대 가설」로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공격한 로버트 루커스등 유수의 현대 경제학자들이 케인스비판의 진영에 가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케인스 덕에 자신들의 역할과 권위가 강화된 경제관료와 정치인조차 의문을 제기한다.현실적으로 증세보다 감세가 쉽고 불황때 한번 확대된 재정이 호황이라고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이른바 「재정정책의 비(非)대칭성」에 골치를 썩고 있는 것 이다.이에 따라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고 올해 14조엔의 적자재정을짜놓은 일본을 제외하면 케인스 처방에 기대는 선진국은 오늘날 거의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위대함이 완전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하마다 고이치 미 예일대 교수는 한 신문기고를통해 『케인스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으로 지적한 불황 및 대량실업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케인스는 죽었다』는 식으로 몰아칠 것만이 아니라 그가 금세기 전반기에 적절한 처방을 내놓았듯이 오늘날 후학들도 새로운 시대의 처방을 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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