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명문 동아리 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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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로스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운동이다. 구성된 팀도 몇 안 된다. 초등·고교·대학·성인팀을 합해 모두 16개 팀이 활동 중이다. 이 중 고교 팀은 4개. 지난해 창단된 전주 영재학교 팀과 올해 창단된 대원외고·서울프랑스학교 팀에 비하면 4년 역사를 가진 용인외고 팀은 터줏대감 격이다. 지난 가을 전주 영재학교와 용인외고가 벌인 국내 첫 고교 리그 경기에서 용인외고는 맏형답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용인외고 개교와 동시에 창단된 라크로스 동아리는 사실 학교의 ‘1인 1체육’ 방침에 따라 호기심으로 가입한 학생들이 많았다. 이헌영(30)코치는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라 처음엔 체력도 약하고 운동신경이 약하지 않나 싶었는데 오히려 악착같은 면이 있어 잘 따라와 준다”며 “쉬는 시간에도 스틱을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크로스 경기는 격렬하고 속도감이 있어, 보는 이들에게는 흥미롭지만 선수들에게는 위험이 상존한다. 멍드는 것은 기본, 손목 골절 등으로 크게 다치기도 한다. 남자 경기의 경우 ‘라켓을 이용해 상대 선수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규칙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은 “격렬해서 오히려 재미있다”며 “어느 운동이나 부상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되묻는다.

라크로스는 미국·캐나다·일본 등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라는 점에서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라크로스 활동 경력을 높이 산다. 하지만 국내 환경은 아직 척박한 실정. 국내에서는 장비를 구할 수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해외에 다녀오는 사람에게 부탁해 필요한 장비를 구한다. 연습할 만한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동아리는 지난 7월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4년마다 열리는 청소년 리그(ILF U-19 Men’s Lacrosse World Championships)에 출전했던 것. 비록 12개 팀 중 11위에 머물렀지만 국내 여건을 생각하면 충분히 값진 성과였다. 심휘섭(17·3년)군은 “연습할 땐 계속 실패했던 플레이가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단번에 성공했고, 그 기세를 몰아 9:6으로 이겼다”고 말했다. 심군은 “그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배윤상(16·2년)군은 “태극기를 달고 국가대표로 출전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을 대표해 해외에서 경기를 치러보니 비장한 각오도 생기고 애국심도 생기더란다. 배상현(17·2년)군도 한 마디 거든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동아리 회원들은 대부분이 유학반 학생들이다. 졸업생 중에는 하버드·프린스턴·버클리·존스홉킨스대 등에 합격한 선배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들 모두 라크로스 동아리 활동이 입학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단지 활동 경력 사항 때문만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느낀 협동의 중요성이나 성취감이 에세이 등에 자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심군은 “후배들이 단지 해외 대학 진학에 유리할 거란 생각으로만 동아리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정말 열정이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라크로스에 미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라크로스 동아리는 여름·가을·겨울(인도어)리그와 6on6 경기 등으로 한 해를 거의 경기를 준비하며 보낸다. 내년에는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경기(ASPAC 토너먼트)가 한국서 열려 더 바쁠 것 같단다. 오는 17일에는 여름리그 마지막 경기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뜨거운 여름 햇볕에도 아랑곳않고 막판 연습에 한창인 아이들이 외쳤다. “라크로스 경기 진짜 재밌어요. 한 번 보면 빠져드실 걸요. 기자 누나도 꼭 한번 와서 보세요.”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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