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中 정상회담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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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중국을 전격 방문, 후진타오(胡錦濤)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한반도 주변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 보유' 위협을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 경제지원 등을 얻으려 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중국도 힘의 정치 속성상 이런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에 정면으로 거스르기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북한의 경제상황은 2002년의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더욱 악화되었다. 특히 경제개혁에 따라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난의 심화는 북한을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도 17대 총선을 계기로 국회에서 '진보세력'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이 같은 대내외 상황전개를 놓고 중국 지도층과의 대화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관심은 당연히 북핵과 북한의 개방정책이다. 먼저 두 정상 간에 신의주특구 등 양국 경제현안이 결실을 얻기 바란다. 북한은 특히 중국의 개방정책을 모범으로 삼아 북한도 개방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북한 주민도 살리고 김정일 정권도 유지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세계화 시대에 고립하여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를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특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경제지원과 핵개발 포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에 직접 확인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찔끔질끔 주고 받는 식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 북한이 가야 할 길이 핵 포기와 개방이라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해결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외교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북한 역시 기회가 많지 않다. 체제위협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난 악화를 계속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金위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국제정세의 현실을 직시하고 핵 문제 해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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