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표준어와 '문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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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까랭이.나마리.발가숭이.앉을뱅이.어러리.자마리.잠드래비.잰자리.절갱이.철기.초리.치랭이….』 이들은 모두 잠자리라는 곤충을 일컫는 낱말이다.무려 21개나 된다.이 여러가지 낱말들을잠자리라는 표준어로 통일한 것은 일제치하인 1936년 10월28일이었다.당시 조선어학회는 일반적으로 널리 또는 흔히 쓰이는낱말 9천5백47개 를 선정,이 중에서 표준어를 정하기로 하고「조선어표준어 사정(査定)위원회」를 만들어 심의를 거친 뒤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발간한 것이다.
그때 표준어 선정의 원칙이 됐던 것은 그보다 3년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통일안」 총론 제2항이었다.『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규정이었다.표준어의 그같은 사정원칙은 지난 88년 1월19일 고 시된 「표준어규정」에 이르러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로 다소 고쳐졌지만 본래의 의미가 변질된 것은 아니다.
표준어를 정하는데 있어 중심이 된 것은 6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서울말」이며,「교양있는 중류층이 쓰는 말」인 것이다.그런기준에 의거하면 북한의 표준어는 당연히 「평양의 교양있는 중류층이 쓰는 말」이어야 한다.그러나 북한에는 표준 어란 말이 없고 「문화어」가 우리의 표준어를 대신하는 개념이다.「문화어」는물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평양말은 『토박이말로서가 아니라 북한말의 모든 우수한 요소들을 집대성한 언어』라고 못박은 점이 우리의 표준어와 개념이 다소 다르다.
분단직전 서울과 평양의 문화수준이 비슷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선입감과 달리 서울말과 평양말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국립국어연구원의 분석이다.다만 민족고유어와 새로운 고유어를 적극 만들어내는 한편 한자어 등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표준어와 얼마나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는지는 통일이후의 문제지만 북한의 문화어를 교재로 써오던 중국대학들의 조선어과가 교재를 우리의 표준어로 바꾸기로 한 것은 북한 문화어가 「한국어」로서의 이질감을 스스로 드러 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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