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순이익 7.6% 줄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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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31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도 미국의 금융위기와 경기둔화로 적잖은 상처를 입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올 2분기 순이익이 28억8000만 달러(A주 기준 주당 1859달러)로 한 해 전과 견줘 7.6% 줄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은 31억2000만 달러(주당 2018달러)였다. 이로써 버크셔해서웨이의 순이익은 최근 3분기 연속 줄었다. 올 초 “잔치는 끝났다”고 한 버핏의 말이 적중(?)한 셈이다.

워런 버핏도 못 비켜 간 경기 침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한 결과 발생한 투자부문 손익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465달러였다. 월스트리트 예상치인 1352달러보다 웃돈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8일 주가(A주)는 전날보다 275달러 올라 11만575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 주가 흐름은 위기에 강하다는 버핏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A주 값이 올 상반기에만 무려 18% 하락했다. 6개월 하락률로는 1990년 상반기 이후 최대다. 특히 지난 2월 11일 사상 최고치(14만3980달러)에 견줘서는 거의 20% 추락했다.
순이익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버크셔해서웨이가 거느린 보험회사들의 실적 감소였다. 지난해 2분기보다 무려 43%나 줄어든 3억6000만 달러였다. 버핏은 “보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의 보험회사들만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미국 상장 보험회사 24곳 가운데 18곳이 2분기에 순이익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채무자들이 빚을 제대로 갚지 않는 바람에 각종 보증보험 사고가 크게 늘었다. 뿐만 아니다. 보험회사들이 투자한 채권마저 신용경색 등으로 값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버핏은 뚝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보험회사를 팔아치우려고 발걸음을 재게 놀리고 있지만 버핏은 보험회사들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무릅쓰고 단기 주가를 띄우기 위해 나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버핏은 대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밖에서 투자할 만한 기업을 물색 중이다.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미국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기업을 인수해 재미를 보겠다는 셈법이다. 그렇다고 미국 회사들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아크릴 페인트업체인 롬앤하스를 다우케미컬한테서 154억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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