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굴릴 사람 코드 인사로 뽑아서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호 17면

요즘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로 말이 많다. 정권 초기 낙하산 인사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때도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에게 보은의 감투를 주는 게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투도 감투 나름이다. 기본 자질만 갖추면 무방한 자리가 있는가 하면, 전문 지식과 경험이 꼭 필요한 자리도 있게 마련이다. 온 국민의 노후 문제가 걸려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같은 자리는 전리품으로 나눠줘선 안 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230조원 기금을 운용하는 총책임자다. 게다가 이 돈은 온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다. 언젠가는 되돌려 받아 노후를 보내는 데 알차게 쓰일 돈이다. 그런 만큼 기금운용본부장은 고도의 전문성은 물론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30일 국민연금 후보추천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로 뽑은 3명은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 후보는 정성수 전 KB신용정보 부사장과 김선정 전 삼성화재 상무, 김영덕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자금운용실장으로 이미 보건복지가족부에 추천됐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결격 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수 전 부사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번 공모 시작 전부터 내정설이 나돌았던 인물이다.

그는 11개월가량 국민은행의 자금본부장을 맡았지만 주식 운용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의 속성에 따라 주로 채권과 콜(단기자금) 운용에만 치중한 때문이다. 또 김선정 전 상무는 2003년 1월까지 삼성화재에서 자산 운용을 담당했지만 5년 넘게 현직에서 물러나 있었던 게 흠이다. 경력상으로 보면 김영덕 실장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그는 파행으로 끝난 5월 1차 공모에서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지난 6월 취임한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파격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를 담당했던 팀장과 채권을 운용했던 팀장을 맞바꿨다. 이어 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2012년까지 주식 투자 비중을 지금의 2배 이상인 4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전재희 신임 복지부 장관은 이번 주 세 후보 중 한 명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뽑게 된다. 전 장관이 누구를 간택하더라도 국민은 당분간 불안한 마음으로 국민연금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주
●11일 기획재정부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 ●12일 중국 7월 소비자물가 발표, 미국 6월 무역수지 발표 ●13일 통계청 7월 고용동향 발표 ● 15일 미국 8월 미시간소비심리지수 발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