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조훈현 프리미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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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제2보 (22~39)]
白.金江根 4단 黑.曺薰鉉 9단

너무 느려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느리면 대세에 뒤지고 서두르면 탈이 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꼭 맞는 건 아니다. 조훈현이란 사람은 평생 속도를 중시해왔고 당연히 탈이 날 만한 장면을 능숙한 임기응변으로 커버해왔다. 이창호가 등장하면서 曺9단도 덜미를 잡히기 시작했지만 아직 曺9단의 오버페이스를 제대로 응징할 수 있는 기사는 많지 않다.

흑25에서 공격권은 金4단에게 넘어왔으나 공격의 방향은 막연하기만 하다. 기세라면 '참고도' 백1로 씌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강근의 눈에 흑2, 4, 6의 간단한 반격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걱정 저 걱정 장고 끝에 28이 등장한다. 목표가 불분명한 수. 너무 생각하면 저런 수가 나온다.

金4단의 내부에 작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흑은 27처럼 둘 곳이 척 떠오른다. 29도 이 한수의 곳. 다음 수가 쉽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기분좋게 실리를 챙긴 31도 박자가 잘 맞고 있다.

백도 뭐가 영 빗나간 건 아니다. 26과 28의 수순을 바꿨다고 생각하면 리듬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金4단의 초조감이다.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집중력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리없이 대악수가 등장한다. 지나가는 길에 선수하려고 했던 36, 이 수는 37을 불러 흑A를 보장해줬으니 큰 악수다.

최명훈9단은 내친 김에 한발 들어선 38이 37보다 더 큰 악수라고 일침을 가한다. 38은 나중에 39 자리에 두는 맥을 없앴다. 하변에서 별다른 접전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金4단은 스스로 동요하고 있다. 이게 조훈현 프리미엄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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