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실한 역도 장미란 … 그래도 마음 졸이는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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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급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이 7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강력한 라이벌 무솽솽(24·중국)이 불참하면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장미란의 금메달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금메달 획득보다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을 정도다.

장미란도 금메달 획득과 세계신기록 수립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이날 오후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목표를 달성하겠다. 세계신기록에 대한 도전 의지로 해석해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목표 달성을 학수고대하기는 어머니 이현자(53·사진)씨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씨는 지극정성으로 딸을 뒷바라지해 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한 달 전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사했다. 매일 저녁 1시간 넘게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는데, 낮에도 자주 교회에 들르기 위해서다.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56)씨는 “평소에는 6㎞ 이상 떨어진 집에서 다니느라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사를 하면서 운영하던 화장품 가게의 문도 닫았다. 기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가게를 자주 비워야 하는데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아예 일시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가슴이 두근거려 딸의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이씨는 “내가 미란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간간이 보양식을 챙겨 주는 것 외에는 기도와 격려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시상대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는 3월부터 금식 기도 중이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다음 날 낮 12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딸의 건강과 금메달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딸에게 격려성 문자메시지를 날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신기록 제조기, 믿음의 딸, 세계신기록으로 베이징 금메달 화이팅♥’ 등의 문구가 가득 저장돼 있다. 최근에는 가족들이 기도원에 들어가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장미란의 선전을 빌었다.

장미란은 “아버지는 경기장에 응원 오시지만 어머니는 한국에 남아 기도로 응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란이 세계신기록 수립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은 높다. 여자 +75㎏급의 세계 기록은 인상 139㎏(무솽솽), 용상 182㎏(탕궁훙), 합계 319㎏(무솽솽)이다. 장미란은 인상 138㎏, 용상 181㎏, 합계 319㎏을 기록하고 있다. 합계 기록이 무솽솽과 같지만 한 대회에서 두 사람 이상이 신기록을 수립할 때는 먼저 들어올린 선수가 세계기록 보유자로 된다는 규정 때문에 합계 기록 보유자는 무솽솽이다. 이씨는 “먼저 든 사람을 기록 보유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안다. 그래도 미란이 이름이 없는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지난 7월 태릉선수촌 훈련에서 합계 330㎏(인상 140㎏, 용상 190㎏)을 들어올렸다. 오승우 여자 역도 감독은 “합계 340㎏을 목표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연습 때의 기록만 들어올려도 어머니의 바람처럼 무솽솽과 탕궁훙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인상·용상·합계 3부문에 걸쳐 메달을 주는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과 달리 올림픽에서는 인상·용상은 기록만 인정하고 합계 기록으로 메달 주인을 가린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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