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영입도 합당도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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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야당 당선자들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자발적 입당조차 배제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152석의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권 지도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지역구 당선자들의 입각을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 '당.정의 분리'를 유지키로 한 것도 총선 민의가 국회 활동에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 일부 당선자들이 열린우리당 입당을 위해 물밑 교섭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근태 원내대표는 19일 최근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총선은 민심의 심판인 만큼 민주당이나 무소속 당선자들을 무작위로 영입하거나 일부 정당과의 합당 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청와대 핵심 인사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152석, 한나라당에 121석을 준 것은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주문한 것으로 본다"며 "야당으로부터 적절한 견제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빠듯한 과반이 갖는 의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런 차원에서라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입각은 거의 없으며 다만 총선과정에서 기득권을 과감히 버린 원외(院外)인사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배려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다른 인사는 "비례 대표를 과감히 버린 정동영 의장의 경우 본인이 원한다면 입각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뉴스분석] 과반의 여유 + 民 눈치보기

열린우리당이 제2기 청와대 국정 방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정 분리'와 '인위적 정계 개편은 없다'는 원칙의 틀 속에서다. 한때 '분당설'까지 흘러나왔던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체제를 유지하며 내부 다지기에 부산하다. 이런 가운데도 당의 촉수는 청와대로 향해 있다.

먼저 '정계 개편은 없다'는 것이 동시 호흡의 첫 줄기다. 당정은 '민(民)의 심판'을 임의대로 늘리고 줄여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 여기에는 민주당 당선자들의 입당 문제와 관련, 과반수를 획득한 만큼 여론의 화살을 받아가며 영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 깔려 있다. 김부겸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은 것에는 국민의 경고 의미도 실려 있다"며 "몸을 낮춰서 민심을 얻도록 노력해야지 한명을 받든, 10명을 받든 정계 개편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당정 분리' 원칙에도 변함이 없을 태세다. '당정 분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초기 통치 방향 중 하나다. 과반의 힘을 가진 열린우리당도 적극 동조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당정 분리'원칙은 지켜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당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공행상'식 입각도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칫 제2기 청와대 개각이 여당의 자리 나눠먹기식 인사로 비춰지면 여당과 정부의 개혁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이제 어깨가 한결 무거워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미니 여당'시절처럼 청와대를 향해 푸념만 늘어놓을 수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은 이제 청와대의 방침을 기본 골간으로 하되 거기에 덧칠할 무늬를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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