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in Arts] ‘4’ 뮤지컬 ‘햄릿’ 남자주인공 출연배우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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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이란 작품이 있다. 원작은 체코 뮤지컬이다. 라이선스 공연으로 지난해 10월 초연됐다. 반응이 꽤 좋자 21일부턴 숙명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 작품의 남자 주인공, 즉 햄릿을 번갈아 맡는 배우는 무려 4명이다. 팝페라 가수 임태경을 필두로 박건형·윤형렬·이지훈 등 화려한 면면이다. 뮤지컬 팬들로선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판도 적지 않다. 한 배역을 여러 명이 맡을 경우 작품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다인일역(多人一役) 캐스팅은 한국 뮤지컬계에만 있는 왜곡된 관례다. 해외에선 ‘원 캐스트’가 일반적이다. 한 명의 주인공이 꾸준히 공연을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척척 맞아가고, 자연히 공연의 완성도도 높아지게 된다. 대신 주인공의 사고를 대비해 언더스터디(understudy·대역)가 있을 뿐이다. 반면 한국은 더블·트리플도 모자라 이제 쿼드러플(quadruple·4명의) 캐스팅까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제작사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국의 뮤지컬 티켓 판매는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진폭이 크다. 팬들은 여전히 작품보다 배우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많다. 다수의 스타를 포진시키는 게 제작사로선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현실론에 불과하다. 최근 제작자들은 한결같이 “배우들의 개런티가 치솟아 수익 구조가 나빠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과연 누가 이렇게 배우 의존도를 높였는지, 누가 이토록 배우 몸값을 높인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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