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정당.합동.개인遊說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세는 선거의 꽃이다.유세때는 민주정치의 정화(精華)인 말들이 만개(滿開)한다.
합동연설회는 강원도 동해시만 남겨놓고 5백8차례가 다 끝났다.정당연설회도 여야 모두 대미를 장식할 수도권을 제외하곤 정리단계다. 이번 선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사람 모으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것이다.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합동연설회에평균 2천5백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14대때 평균 4천2백명의거의 절반이다.
『합동유세장에서 특히 젊은층이 거의 눈에 안 띕니다.유인물을나눠주면 안받아요.』국민회의 이해찬(李海瓚.관악을)후보의 말이다. 합동유세 뿐만 아니다.각당 대표급 연사들이 투입된 정당연설회도 대부분 「실패작」이었다는 자체평가다.
국민회의가 지난달 26일 서울역앞에서 연 정당연설회에는 1만여명,자민련의 6일 강남 정당연설회도 5천여명만이 참석했다.양당 모두 당초 「10만명」을 장담했었다.신한국당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듯 일찌감치 『우리는 군중집회는 안한다 』고 선언했다.하지만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씨등 거물급이 지원유세를 할때도 1백~2백명만 모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상징적인 선거구가 없었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전두환(全斗煥)정권에 패배를 안겨준 85년 12대 총선때는 종로유세에 10만인파가 몰렸다.13~14대때도 서울과 영.호남지역의 몇몇 선거구는 선거쟁점의 축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태풍의 눈」역할을 해왔다.한데 그런 선거구가 이번엔 사라졌다.부산해운대-기장갑에 2만여명이 모인게 최대인파.그나마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
이슈도 별로 없었다.대선자금.3金청산.장학로파문.공천헌금.대북관계등이 단골메뉴로 등장했지만 이같은 정치구호에는 도대체 별 반응들이 없었다.오히려 물가.중소기업도산등 생활문제에 더 큰 박수와 호응이 나왔다.선거장 폭력이 비교적 줄어든 것도 주목할변화다.목포의 경우 야당후보들이 『김대중과 김일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뭐냐』는등 별 의별 말을 다 했지만 반응은 조용했다.
다른 선거구도 자잘한 몸싸움이 전부였다.
선거때마다 「무능 구설수」에 시달리던 선관위가 개정된 선거법에 힘입어 권한행사를 하려는 모습이 곳곳에 나타났다.
최대의 「흥행 실패작」은 개인연설회였다.「말을 푼다」는 취지로 무제한의 개인연설을 허용했지만 유권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아파트단지등에선 『시끄럽다』고 쫓겨나는 후보들도 비일비재했다.
유세장비가 첨단화되고 각종 새로운 선거기법들이 동원됐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이번 선거유세를통해 각당은 새로운 전략수립의 필요성을 절감하는듯 하다.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기존의 유세방식이 앞으론 더욱더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세상이 바뀌고 유권자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제16대 선거는 2000년 4월 치러진다.그때는 아마 군중유세는 사라지고 TV토론.개별방문등이 주요한 유세방법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