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訪中 행로] "특별열차 움직인다" 美, 한국에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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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도 지난번처럼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도 교통수단으로 특별열차를 선택했다.

◇왜 비밀인가=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후 중국과의 교류를 대부분 당과 군 차원에서 진행해 왔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공산당과 노동당의 차원에서 양국관계를 처리해온 것이다. 게다가 방문 시찰 등 북한 내에서 펼쳐지는 각종 활동을 모두 사후에 공개하는 게 북한 지도부의 습성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항상 극비리에 진행됐다.

중국이 외국 정상의 방문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金위원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2000년과 2001년의 방중도 모든 일정이 끝나고 金위원장이 국경지역인 단둥(丹東)을 넘어서자 짤막한 논평으로 발표했을 뿐이다. 동시에 중국 방문 기간 중의 활동 내용도 신화(新華)통신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주요 관영 매체를 통해 짧게 보도하는 게 일반적이며 회담 내용을 공개할 때도 북한의 요구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처리한다.

한편 金위원장의 방중설이 돌면서 미국은 위성을 통해 특별열차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이를 우리 측에 통보해주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金위원장은 16일까지 함흥 지역의 군부대에 있다가 평양으로 돌아와 중국행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은 18일 오후 2시부터 단둥역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밤에는 가로등을 켜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또 김정일이 열차를 타고 갈 때는 반드시 선도열차.본열차.후속열차를 운행한다고 한다. 이는 다른 요인이 지나갈 때와 확연히 구분되는 징후라고 한다.

◇이번에도 특별열차=金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비서 시절인 1983년 6월 방중 때는 물론이고 최고지도자가 된 뒤인 2000년과 2001년에도 전용열차를 탔다.

2001년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이뤄진 모스크바 방문과 2002년 8월 러시아 극동지역에 갔을 때도 전용열차가 이동수단이었다. 金위원장은 외국 방문뿐 아니라 북한 내에서도 장거리 여행 때는 주로 열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金위원장이 고소공포증이 있어 항공기 이용을 피한다는 관측도 있으나 북한 출판물엔 항공기 탑승 사례가 심심찮게 기록돼 있다. 예컨대 '김정일 일화집'에는 그가 66년 봄 새로 구입한 김일성 주석의 전용기 조종석 옆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나온다. 또 70년 2월에는 영화제작진 등과 함께 헬기를 타고 촬영장을 다녀왔다는 일화도 있다.

金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침실.집무실.연회실.회의실.경호요원 탑승칸 등 다양한 시설은 물론 장갑차 수준을 넘는 안전성과 최첨단 통신장비를 완비하고 있다. 79년에 제작됐지만 수시로 보강됐으며 시속 150~180km를 내면서도 진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4월 방북한 가수 김연자씨가 함흥까지 이동하는 데 이 열차를 내준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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