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美국채 투자는 '환율방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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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민연금의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처음으로 국내에서 달러를 조달해 만기 5년짜리 미국 국채 4억2300만달러(486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기금의 90% 이상을 국내 국고채에 투자해 국채발행 물량을 거의 싹쓸이했다.

그러나 매월 1조원씩 들어오는 기금을 국내에서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지자 투자처를 다원화한다며 선진국 국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조국준 국민연금 운용본부장은 "올해 중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유럽 등의 국채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국채의 유통수익률(5년물)은 3.2%로 국내 국고채의 수익률(4.98%)보다 낮다. 국민연금이 국고채 대신 미 국채에 투자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연금은 미국 국채와 한국 국채 간의 이자 차이를 정부가 메워준다는 계약을 해 실제 손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금리보전 비용이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비용보다 작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올 들어 환율 방어를 위해 5조원어치의 국고채를 발행했다. 연간 지급해야 할 이자만 3000억원이 넘는다. 국고채 이자를 무느니 차라리 국민연금의 이자손실을 보전해 주는 게 싸게 먹힌다는 얘기다.

윤여권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일부러 국민연금을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의 달러로 미 국채를 사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외환전문가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용 실탄이 떨어지자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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