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75개 쓰는 도시에 살며 화합 리더십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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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진=강정현 기자]

2005년 미국에서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시장이 된 최준희(37·미국이름 준 최·사진) 뉴저지주 에디슨시 시장이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열린 ‘2008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간 최 시장은 MIT대에서 우주항공학을 전공한 뒤 2000년 빌 브래들리 미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정치에 입문했다. 30대 중반에 뉴저지주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의 살림을 맡은 그는 세탁소집 아들로 태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한국의 정체성을 가진 미국인으로, 미국을 변화시키고 있는 젊은 리더로 봐 달라고 했다.

에디슨시는 인구 10만 명 중 백인이 60%에 이르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75개에 이를 만큼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는 이런 에디슨시에서 자란 덕에 리더십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백인·흑인·아시아인·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의 친구를 사귀었어요. 그 덕에 누구든 편하게 대하고,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다양함 속에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강점이죠.”

시장 재임 2년반의 성적을 매겨 달라는 요구에 그는 웃으며 “한국에서는 90점 이상이 A, 80점 이상은 B인가요?”하고 한국말로 되물었다. 점수를 확인하고 그가 매긴 성적은 B. 하지만 그가 이룬 구체적인 성과에 비하면 매우 겸손한 평가였다.

“취임 당시 에디슨시의 재정 적자는 심각했습니다. 지출할 예산이 보유한 돈보다 1000만 달러나 부족할 정도였어요. 2년여 동안 800명이던 공무원을 730명까지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친 끝에 이제는 훨씬 재정적으로 안정됐죠.”

당선 전 뉴저지주 교육국에서 일했던 교육 전문가다운 성과도 이뤘다. 민주·공화 정파 구분 없이 뉴저지주의 모든 시장을 규합해 주정부와 연방정부로부터 교육예산을 더 받아낸 것이다. 에디슨시의 경우 앞으로 5년간 매년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추가 예산을 받게 됐다.

성공적인 시정활동을 기반으로 내년에 있을 재선을 노리는 그는 미국 민주당 내 차세대 유망주로 손꼽힌다. 이달 말 덴버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 예상으로 오바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60% 정도”라고 점쳤다.

2005년 선거 당시 지원유세를 위해 에디슨시를 방문한 오바마 후보를 처음 만난 최 시장은 일찍부터 그의 지지자가 됐다. 최 시장은 “우리 부모는 ‘케네디 세대’인 것처럼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우리는 훗날 ‘오바마 세대’로 기억될 것”이라며 오바마 후보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오바마 후보는 다양성을 존중할 뿐 아니라 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도 넓은 사람입니다. 또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나온다는 건 미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평등권 문제를 진정 극복하게 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의 당선은 소수 인종에게 ‘우리도, 우리 아이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겁니다. 오바마 스스로가 미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인 거죠.”

오바마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미국 정치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잿더미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이제 개도국들의 성장모델이 됐다.”며 “한국인에게 잠재된 리더의 능력을 자신감을 갖고 보여줄 때 ”라고 말했다.

글=홍주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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