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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탄생’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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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두바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도시 건설의 상징으로 꼽힌다. 해안에 세워진 세계 최고급 호텔인 ‘버즈 알아랍’과 ‘낙힐’로 불리는 팜(palm)나무 형상의 인공 섬들이 두바이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버즈(burj)는 최고 혹은 으뜸을 뜻하는 단어로 두바이가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두바이 프로젝트는 세계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를 기반으로 인간성과 개방성을 내세워 중동의 금융 허브를 노릴 뿐만 아니라 중동의 가족휴양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아랍권의 최고 도시인 ‘버즈 알아랍’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세계 일류도시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는 지구촌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 이웃 나라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름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은 물론이고, 일본 도쿄도 2001년부터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도쿄 재탄생’이란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정부와 민간이 연합해 경쟁력 있는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는 도쿄의 도심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되도록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건설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도쿄의 중심 지역을 모리·미쓰이·미쓰비시 같은 일본의 거대 기업들이 한 구역씩 맡아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도시 개발에 자신의 명성을 걸 정도다. 기업 간 아이디어와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경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새로운 주거시설과 사무실이 잘 어우러진 공간과 환경을 창조해 도쿄를 재탄생시킨다는 전략이다.

또한 ‘도쿄 재탄생’ 프로젝트에는 런던과 뉴욕에 이어 도쿄를 세계 금융의 허브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도 포함한다. 새로운 랜드 마크 건설도 추진 중이다. 도쿄가 세계 제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보다 높은 610m의 ‘도쿄 스카이트리’라는 ‘제2의 도쿄 타워’를 2012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선보이고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 세계적 수준의 도시가 아직 없다. 서울을 도쿄·상하이·베이징·홍콩·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 경쟁력과 매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 국제화는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세계인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하도록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우리의 대표 도시인 서울을 세계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서울만의 문화적인 독창성과 상징성을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세계 누구나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교통시설과 숙박 등을 포함한 사회 인프라가 잘 구축된 일류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서울을 상징하는 건물을 포함해 새로운 시설물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작품들로 만들어질 때만 가능하다. 서울을 대표하는 거리는 숭례문 구역이다. 우리의 역사가 숨쉬고 있고, 문화와 행정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는 중심지는 서울이지만, 서울과 한국 각 도시를 연결하는 중심지는 서울역과 용산역이다. 서울역 앞을 개발할 계획은 서 있다. 하지만 용산역 앞 개발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없다. 경부선 못지 않게 호남선도 중요하다.

인천공항처럼 국가 프로젝트로 정부와 민간의 협력 모델이 요청된다는 지적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신화가 아닌 우리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민간 기업들이 미래 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 제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자존심과 명성을 걸고 경쟁할 때 새로운 서울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