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후보들이 밝히는 '돈선거'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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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특정 후보의 살림살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안에만 있지 않다.유력한 경쟁자들도 샅샅이 알고 있다.1천4백여명의 총선 후보들에게 적진(敵陣)동향 파악은 가장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알려지는 정보는 상당부분 음해성 과장도 섞여 있다.
그러나 선거판의 밑바닥을 흐르는 현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과장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선거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때로는 상대의 첩보성 주장이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는 것이다.
◇유세장 유급 청중=각종 유세가 선거운동의 장(場)이 못되고「금권(金權) 과시장」으로 전락했다는게 후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부산 해운대-기장갑의 경우 지난달 31일 개최된 합동유세에A.B후보가 각각 1만명을 동원했다는게 상호 주장이다.
A후보의 경우 관광버스.봉고 등으로 타선거구 관내 유권자만 5천명이 넘어왔고,B후보는 연줄이 닿는 기업체 직원 4천여명을동원했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두 후보 모두 청중 1인당 3만~5만원씩을 지급했다는게 서로의 주장이다.경북 김천의 경우 C후보도 5일 개인유세에 관내 대학생등 2천명을 동원했다고 한다.반면 C후보는 D후보가 청년회.새마을부녀회.노인회등 방계조직과 학생등 2천여명을 동원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동원은 특히 1,2위 후보간 거센 선두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대구 북을,인천 부평갑,경기 군포,경기 용인,강원 동해,경북 포항남,경북 경산-청도등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게 후보들의주장이다.
◇유급 운동원 확대및 상대 운동원 매수=서울 영등포갑의 E후보는 경쟁자들로부터 동(洞)별로 하루 5만원씩의 일당을 지급하고 운동원 20명씩을 가동하며 얼굴도 이틀마다 바뀐다는 지적을받고 있다.서울 도봉갑 F후보는 7개 동에 3백 명씩을 조직,1인당 10만원씩 두차례 살포했고,명함을 돌리는 운동원 4백여명에게도 하루 8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고 상대후보측이 한결같이주장했다.
충북 괴산의 G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그랜저.브로엄등 중형차 3대,후보 부인에게는 2대씩을 붙여 밀착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 경주갑의 I후보는 상대가 자신의 조직에 프락치를 침투시켜정보를 빼내는 한편 운동원 10명에게 3백만원씩을 주는 조건으로 회유,매수해갔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학교 직원동원및 향응제공=오너 또는 전문경영인,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학교법인 이사장등이 해당 기업.학교로부터집중적인 인적.물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상대후보들이 호소하고 있다. 이 경우 후보와 기업.학교가 적절한 거리를 두며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을,부산 중-동,부산 해운대-기장갑,대구 남,대전 대덕,인천 남갑,인천 부평을,충남 예산,충북 청주상당,경북 성주-칠곡,경북 의성,경남 울산동,경남 울산울주,경남 거창-합천등 전국 30여곳에서 상대후보들이 기업.학교 임직 원의 선거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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