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발속 쌀회담 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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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전협정을 거부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이 이와는 걸맞지않게 5일 제4차 베이징(北京)남북접촉을 다시 제의해와 그 배경과 속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4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 규정준수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지 하루만인 5일 베이징 쌀회담 북측 단장인 전금철(全今哲)명의의 팩스를 우리측에 보내 우리가 이미 거부한 베이징접촉을 재개하자고 요구했다.그러나 북한은 몇시간도 안돼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내에 중무장한 병력을 투입했다.이런 북한의 움직임에는 「다중적(多重的)목표설정및 과실의 최대한 확보」라고 알려져있는 북한 외교전략이 깔려있다. 북한의 당면 최대 정책목표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그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장애가 있다.그중 하나가 남북대화의 재개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있다는 점이다.특히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에 우리정 부가 극력반대하고 있는 점을 미국이 의식하고 있다는 측면도 북한은 감안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비무장지대에서 군사활동을 벌임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으로 하여금 군사대화에 나오도록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남한과의 대화의지도 있음을 과시하려는 책략을 쓰고있는 것이다.즉 미국에 대해 「긴장」「대화」등 모든 측면에 서 파상적인공세를 취함으로써 미국을 흔들고, 더 나아가 한.미간에 갈등을유발하겠다는 의도라고 볼수 있다.
북한으로선 한국측이 베이징 접촉을 받으면 「쌀」이라는 소득을얻을수 있고,설사 남한이 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화의지를 내외에 보여줄수 있는 부수적 이득도 있다.실제로 미국 국무부 일각에는 「남한이 대화에 경직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는 관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북한은 향후 베이징접촉 혹은 국회회담.종교인 접촉등 각종 「비당국자성 접촉」을 잇따라 제의해올 것으로보인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감행한뒤 이를 거둬들이면서 경수로등 여러 실속을 챙겼다.이와 유사하게 이번에는 비무장지대에서 긴장을 고조시킨후 이 지역에서의 군사활동 「자제」를 대가로 미사일.유해협상에서 모종의 실리를 챙기려 는 의도를 갖고 있다.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협상테이블을 확보하려는 것이다.북한은 앞으로도 이같은 「선 긴장고조,후 실리확보」라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대선등을 앞두고 더욱 교묘한 강온(强穩)양면 술수를 구사할 것이 예상된다.
안희창.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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