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위조달러 제조司令部-정교한 특수인쇄술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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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은 위폐 제조 사령부,동남아는 유통 천국-.」지난달 24일 캄보디아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체포로 불거진 북한의 위조달러 파문은 이렇게 요약된다.「외화벌이」에서 「외화위조」로 방향을 틀게끔 만든 북한의 경화(硬貨)부족과 동남 아의 엉성한단속망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파문이다.꼬리가 잡힌 북한 위폐 제조의 베일은 앞으로 얼마나 벗겨질까.캄보디아의 북한 외교관 위폐유통사건 전모와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 상황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현대판 불법 연금술의 대명사 위조달러.
93년에 미 정보당국이 압수한 위조달러만 자그마치 1억2천만달러다.위조달러가 적발될 때마다 빠짐없이 북한이 들먹거려진다.
러시아.중국.마카오.동남아.유럽.일본….지금까지 북한이 개입한것으로 확인.추정되는 위폐 유통지역은 지구촌 전 역이다.심지어지난 1월 서울에서 발견된 1백달러 위조달러도 색채.디자인 등으로 미뤄 북한이 유통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파탄 일보직전의 경제난 속에서 마약밀매까지 하는 북한이 위폐에 손을 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위폐는 북한의대외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려 경제난을 부채질하는 서슬퍼런 부메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위폐 사용 사례=「슈퍼-K」.국제사회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교한 1백달러 위폐의 통칭이다.지금까지 북한이 「슈퍼-K」를 쓰다 적발된 대표적 케이스는 6건이다.83년 금성은행이 오스트리아 빈은행에 입금한 8천여달러가 위폐로 판명된 것을 비롯,최근에는 동남아에서 부쩍 사용이 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적발될 때마다 결제대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발뺌해왔다.그러나 지난해 9월의 사건은 북한이 더이상 변명을 못하게만들었다.일 무역업자가 노동당 소속 모무역회사로부터 받은 1만달러가 모두 위폐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위폐 제조능력=북한에서 입금.지불한 「슈퍼-K」는 초상화 주위의 마이크로 글씨가 진짜 지폐처럼 선명한 것이 특징.진짜 돈은 위조방지를 위해 빛을 쪼였을 때만 「USA-100」이 나타나도록 특수인쇄 처리를 하고 있는데 북한제 위폐 도 같은 처리가 돼있다.종이질.크기도 진짜와 거의 같다.그러나 「USA-100」이 나타나지 않는 북한산 위폐가 발견되기도 했다.
귀순자 등에 따르면 북한이 위폐 제조에 나선 것은 81년 오스트리아 「게브리데헨」회사로부터 지폐 제작용 초정밀 인쇄기 등을 구입하면서부터.84년에는 사회문화부 소속 101연락소에서 다량의 위조달러를 만들어 외교부를 통해 해외에 반 출하기도 했다. 안기부 당국자는 『북한은 현재 위조달러 제조능력을 갖춘 화폐공장에서 다량의 위폐를 발행,해외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추정된다』고 말했다.북한은 또한 태국 동남부 토라토 등 동남아에도 위폐 인쇄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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