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리 안되는 법정관리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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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정관리제도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법정관리중인 서주산업이 불법으로 3백22억원어치의 어음을 발행,일부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이 어음을 받은 거래기업이나 은행등은 선의의 큰 피해를보게 됐다.이 때문에 법원주변에서는 법정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제기하고 있다.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일정기간법적으로 구제,정상경영을 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법정관리지정 때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정말 해당기업이 법적으로 일정기간 도와주면 회생(回生)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상당부분 변호사와 기업의 로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법정관리 기업의 실질대표인 관리인 선임때 경영을 알고 자금관리를 제대로 할 적임자가 선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이번의 서주산업과 과거의 논노의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다.
사후관리에도 문제가 많다.법정관리를 지정받은 후 관리인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지 말고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은 법정관리인이 선임되고 나면 모든 일은 관리인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회사경영에 대해서는 손을 떼는 것이 관례였다.법원측으로서는 사후관리할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이다.
그런 자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공인회계사등 외부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이런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법정관리기업의 불법행위는 계속된다.법정관리중인 ㈜논노가 다시 부도를 내고,법정관리중인 기업이 타기 업을 인수하는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제도상의 맹점 때문에 법정관리중인 기업중 경영이 정상화되는 기업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한다.법정관리기업의 회생이 늦어지면 그만큼 국민부담으로 전가되므로 법정관리제도의 맹점을 하루 빨리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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