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폭탄 테러 발생하자마자 티베트에 경찰 증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4일 폭탄 테러 발생 후 전화 통화를 한 티베트(시짱·西藏)의 소식통은 “수도 라싸(拉薩) 거리에 갑자기 경찰 병력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당국이 서둘러 티베트의 동태를 점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공안의 대응은 신속했다. 티베트에서 동조성 폭탄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8만여 명이 숨진 5월 12일의 쓰촨(四川) 대지진 발생 직전까지 유혈 시위를 벌여 중국 공안을 곤혹스럽게 만든 지역이다. 공식적인 봉기는 1951년 이후 처음이다. 올림픽을 겨냥한 ‘기획 시위’의 성격이 짙었다. 공안은 긴장했다. 더구나 티베트는 신장위구르와 함께 중국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세력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올림픽이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치르는 중국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티베트의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와 베이징 당국은 지난달 초 직접 교섭을 시도했다. 양측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해 올림픽에 대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지 입장이 중국에 전달됐다. 따라서 최소한 올림픽 개최 동안에는 티베트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으리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위구르의 폭탄 테러 사건이 티베트 망명 정부의 평화적 노선을 거부하고 있는 젊은층과 일부 승려의 저항 정신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승려들이 저항세력의 중심이다.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해외 조직망도 조밀하고, 자금력도 탄탄하다. 또 대화보다는 투쟁을 더 중시하는 일부 젊은층은 이미 “올림픽 때 테러를 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만일 이들이 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신장의 독립세력과 손잡고 동시에 테러와 시위를 벌인다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 당국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티베트 지역에 대한 일제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금이라도 이상 움직임이 있으면 즉각 병력을 출동시킬 태세다. 현지 소식통은 “아직까지 티베트 전체는 매우 평온하다”고 전했지만, 주요 사찰과 승려에 대한 감시와 감청이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J-HOT]

▶베이징은 '전투모드'…주경기장 부근엔 미사일도 배치

▶생이별 47년만에…레나테 홍 할머니, 남편 만나러 평양갔다

▶오늘 방한 부시 위해 미리 입국한 美 비밀경호대는

▶1년전 90억원 집 70억원에 내놓아도…

▶ 한·중 카페리, 특수 기대했다가 울상…왜?

▶파격대우로 美대학교수 된 '토종' 박사 "아내 덕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