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러난다, 총리는 법 위에도 아래에도 있지 않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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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34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사임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국립안보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 로이터=연합뉴스

나는 민주국가의 한 시민으로서, 어느 정치인이 총리에 당선되면 그를 반대했던 사람들도 총리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나는 끊임없는 의혹과 수사의 파도에 휩싸였습니다. 총리 집무실에 출근한 첫날부터, 이스라엘의 안보와 존립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정책 결정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향한 사악한 공격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상황은 꾸준히 개선됐습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강해졌습니다. 북부 지역은 안정됐고, 눈앞의 위협은 사라졌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억지력은 강해졌습니다. 경제는 안정됐습니다. 빈곤층과 낙후된 변두리 지역의 주민 수도 감소했습니다.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얻어 3년 전 10.5%이던 실업률은 6.1%로 낮아졌습니다.

이 모두를 뛰어넘어 나는 평화 달성과 테러 중단, 안보 강화, 주변국과의 새로운 관계 창조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핵심 목표라고 믿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원은 우리에게 큰 도움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어느 때보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와의 평화협정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평화가 현실이 되는 그날, 우리는 경이로움에 휩싸일 것입니다. 내가 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나는 이웃 국가들과의 협상을 계속 시도할 것이고, 희망이 담긴 성공적인 결론을 내도록 할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업적을 자랑하지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을 하면서도 나를 쫓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정의의 전사로 임명한 자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맞서야 했습니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정당화했습니다.

나는 총리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투쟁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식인이라면 합리적인 정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내가 수년간 일하면서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물론 실수했습니다. 유감이고, 후회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사실 그대로 알려졌는가 하면, 절대로 아닙니다. 총리인 나는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라는 법적 기본권을 박탈당했습니다. 강제된 프로세스의 정점에서 결백을 증명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중 내 의무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총리도 일반 시민과 똑같이 조사받는 이스라엘의 시민이란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경찰의 의무는 수사를 하는 것이고, 검찰의 의무는 경찰에 지시를 내리는 것입니다. 총리는 법 위에도, 법 아래에도 있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정치적 안정과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하나의 도전입니다. 법원 서기도, 수사 경찰관도, 변호사도, 검사도 내가 총리직을 계속 유지하느냐 여부를 결정할 권한과 힘을 부여 받지 않았습니다. 그 결정은 모든 민주국가에서처럼 법 질서에 합당한 절차의 결과물로 나와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이 온당한 절차는 이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나의 의무입니다. 고통이 따르고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는 결정을 요구할지언정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일은 우리의 민주적인 삶의 미래를 위한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오늘 나는 더 옳은 현실로 가는 창(窓)을 열고자 합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정당하고 결백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 총리직을 완수할 능력이 있음을 믿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신 비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개인적 정의와 공공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개인적인 정의는 나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공격은 끝없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내 지위와 정당성을 위한 싸움, 그리고 국가 이익 사이에서 나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카디마당 당수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수 선출 과정에 개입할 의도는 더욱 없습니다. 결과만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총리 취임 이후 해온 것처럼 이 자리를 적절하고 위엄 있고 공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로 비울 것입니다.

그런 다음 나는 무죄를 입증할 것이며 명예를 회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나라를 갖고 있습니다. 나의 온 마음과 능력으로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특권을 주신 국민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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