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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달리기] 4. 통증을 이기려 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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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의사들'회원인 김학윤 광진 정형외과 원장은 주말마다 마라톤 동호회를 찾아가거나 대회에 참가해 '부상 없는 행복한 달리기'를 전도합니다. 2001년 하프 마라톤을 천천히 완주(2시간13분)하면서 달리기에 입문한 그는 지금은 마라톤 풀코스 45차례, 그리고 100㎞ 울트라 마라톤을 세 차례 완주한 베테랑입니다.

'부상투혼'을 발휘하는 러너들이 종종 있습니다. 가령 다리를 절면서 끝내 완주하는 모습은 보기에 감동적이지요.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쉬어야 하거나 아예 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마라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운동입니다. 부상을 극복하는 운동은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부상은 달려서 이기는 대상이 아닌, 치료 대상입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해야지요. 그래야 쉽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낫게 됩니다.

◇이럴 때 조심!=뛰다가 어지럼을 느끼거나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면 '스톱'사인입니다.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둔 중요한 순간이라도 반드시 멈추세요. 그리고 심장 관련 전문의를 찾으세요.

무릎.발목.엉덩이 등 각종 관절과 허벅지.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면 속도를 줄이라는 사인입니다. 특히 근육 통증은 참고 넘어가기 쉽지요. 하지만 근육 통증을 방치하면 근육이 찢어지면서 기능을 못해 관절에 부상을 줄 수 있습니다. 속도를 줄여보고, 거리를 줄여보고 그래도 아프면 2~3일 쉬어 보세요. 2주간의 자가 진단 후에도 증상이 계속된다거나, 뛸 때 다시 통증이 살아난다면 병원의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엔 마라톤을 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제가 소속한 '달리는 의사들'같은 단체도 생겨나고 있어요. 달리면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직접 경험해 본 의사들과 만나면 더 좋겠지요.

◇꼭 스트레칭을='달림이'들을 진료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문제는 유연성 부족입니다. 부상 예방을 위한 강력한 백신인 스트레칭을 소홀히 했거나,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칭은 반동을 주지 말고, 통증이 오지 않는 범위에서 뻐근하게 느껴지는 시점까지 하세요. 부위별로 15~20초씩, 총 10~15분 정도는 해야 합니다. 출퇴근시에 지하철을 기다리는 3분도 스트레칭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사후 스트레칭도 꼭 필요합니다. 특히 대회 출전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에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면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져 관절에 부담을 주는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감격 때문에 정리운동 대신 술을 드시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건 독(毒)입니다. 힘들더라도 조금 쉬고 영양을 섭취한 다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스트레칭을 해야 합니다.

참, 그런데 혹시 너무 많이 달리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달리느라 자기 일을 다하지 못해서도 곤란하겠지요. 마라톤을 싸워야 할 전투가 아닌 편안한 휴식 같은 친구로 여기세요. 그렇다고 느리게만 달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조금씩 기록이 단축돼야 흥미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열심히 하면 기록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뛸 수 있습니다.

김학윤 광진정형외과 원장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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